증권
반도체 호황 더 간다지만…삼성전자·하이닉스에 환율암초
입력 2018-01-24 17:33 
美 반도체지수 역대 최고치, IT펀드 수익률 차차 오름세…부품株로 온기 확산 가능성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전 고점을 뚫고 상승해 잠잠하던 IT 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산업 '거품론'이 여전한 가운데 '성장성과 실적'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IT가 안정적 대안으로 늘 거론돼 온 만큼 새해 반등 소식에 많은 투자자가 반가움을 표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경기 상승에 따른 온기가 IT업종 전반으로 퍼지면 코스닥 기업을 편입한 중소형주 IT 펀드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일 대비 0.76% 상승한 1392.86에 마감했다. 이 지수는 미국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표 반도체 관련주 16개로 구성된다. IT산업의 '쌀'인 반도체 경기를 판별하는 핵심 지표다. 지난해 11월 말 1340선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던 지수는 '반도체 고점론'이 불거지며 연말 급락세를 탔다. 지난해 12월 초 1211.49까지 급락하며 지수 상당분을 반납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브이(V)자 반등'에 나서며 또 한 번 전 고점을 뚫어버린 것이다. 지수는 23일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잠시 주춤했던 IT 투자 분야 매력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지수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삼성전자 주가 간 상관관계는 0.9814에 달해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IT 펀드에 투자할 때가 왔다는 분석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펀드,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7~9%를 기록해 투자자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삼성SDI, 삼성SDS 등 삼성그룹 대형 IT업종에 두루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시 살아난 반도체 경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중소형 IT 펀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가 밀어주고 있는 '코스닥 랠리'를 타고 수익률 그래프가 한층 올라갈 수 있다. 반도체 경기 상승이 관련 장비 발주로 이어져 IT산업 전반이 살아나는 과정은 숫자를 확인하며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반도체 거품이 잦아든 코스닥 빈자리를 IT 관련주가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IT 상장지수펀드(ETF)는 이 같은 관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상품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IT 우량주만 모아 포트폴리오를 짰다. 23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이 5.23%, 3개월 수익률은 13.13%를 기록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사간 후에 코스닥에 투자하는 기관 자금이 중소형 IT주로 배분될 가능성이 높아 수급 측면에서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삼성KODEX IT하드웨어 ETF, 하나UBS IT코리아펀드 등도 관심 대상이다.
삼성전자 4분기 환차손 1조…외국인 두달새 3조 팔아치워, 반도체 공급과잉 예측 나와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에 나타난 원화값 강세로 1조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달러화로 결제하는 반도체 업종 특성상 환율에 취약한 구조인 셈이다. 미국 반도체 시황과 달리 당분간 원화 강세 현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 업종이 올해는 주도주에서 한발짝 물러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환율에 따른 실적 감소는 일시적 현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환차손을 메우고도 남을 것이란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24일 매일경제신문과 유진투자증권이 작년 4분기 환율 변동에 따른 삼성전자 실적 변화를 분석해보니 9750억~1조5600억원의 영업이익 하락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4분기 원화값은 78원이나 뛰었고 이에 따른 영업이익 변동 추정치를 곱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최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자 충격에 휩싸였다. 작년 4분기에 '꿈의 영업이익' 16조원에 도달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지만 원화값이 계속 상승하자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실적 예상치를 슬금슬금 낮췄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은 15조1000억원으로 발표 직전 증권사 예상치보다 8000억원을 밑돌았다. 1조원에 달하는 환차손과 반도체 사업 부문의 대규모 성과급이라는 비용 요인을 간과하면서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실적을 과대평가한 셈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주로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삼성전자는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 D램 반도체가 주력인 SK하이닉스도 같은 영향권에 있다. 올해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IT 업종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최근 KB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은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000원 중반대로 조정했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원화 가치가 100원 가까이 상승하는 셈이다.
반도체 고점 논란도 올해 진행되고 있는 악재다.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중 낸드플래시 수익성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모건스탠리는 작년 11월 26일 삼성전자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이후 이달 23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3조147억원이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6.6% 떨어졌다. 25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4.2%나 하락했다.
이에 반해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반도체 '투톱'의 실적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환율 영향과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오히려 한 달 새 두 종목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올려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65조2986억원으로 작년(53조5981억원)보다 2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이 23.7% 늘어난 16조7703억원으로 추정됐다.
[홍장원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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