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춘 다 바친 '사지마비' 연기…의사까지 '깜빡' 속아
입력 2018-01-24 10:28  | 수정 2018-01-24 11:16
【 앵커멘트 】
지난 10년 동안 온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행세해 수억 원의 보험금을 빼돌린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기 행각이 얼마나 실감났는지, 담당 의사들도 속아 넘어갈 정도였습니다.
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한 여성이 다리를 쭉 뻗고 능숙하게 신발끈을 묶습니다.

두 손으로 짐을 들고 자동문 개폐버튼을 발로 누르는 신공을 보이기도 합니다.

신나게 그네를 타기도 하는 이 여성.

"탄력받았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니 이 여성은 사지가 마비됐다며 수억 원의 보험금을 타낸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2007년 가벼운 「교통사고를 겪은 36살 정 모 씨는 보험설계사인 어머니 65살 고 모 」씨와 함께 범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14군데의 병원을 돌며 사지마비 환자처럼 행세했는데, 실감 나는 연기에 의사들도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인터뷰(☎) : 당시 담당의
- "경추 손상에 의한 사지마비 증상이 나타났거든요. 그래서 (걸어다니는 영상을 보고) 과연 내가 보던 환자가 맞나 의구심이…."

보험사에 24억 원을 청구하고 그 중 3억 원을 뜯어낸 이들의 범행은 결국 꼬리가 잡혔습니다.

▶ 스탠딩 : 배정훈 / 기자
- "사지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던 피의자는 이렇게 집 안팎을 자유롭게 왕래하다 결국 근처에 잠복해 있던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 인터뷰 : 권정상 /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가 밤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피의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그 제보를 받고…."

경찰 조사에서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이제 당당하게 살고 싶다"고 밝힌 정 씨의 어머니.

딸의 젊은 시절을 몽땅 바친 두 모녀의 사기 행각은 결국 10년 만에 파국을 맞게 됐습니다.

MBN뉴스 배정훈입니다. [ baejr@mbn.co.kr ]

영상취재 :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박기덕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