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물산이 유통업체라고? 40년된 분류법에 주가 `울상`
입력 2018-01-21 17:25  | 수정 2018-01-22 09:45
40년 묵은 업종 분류 탓에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바라보는 코스피 상장사 삼성물산과 두산이 울상을 짓고 있다.
사업 기여도로 보면 삼성물산은 건설, 두산은 정보기술(IT)로 구분돼야 하지만 두 종목은 각각 유통업과 서비스업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종목을 정의하는 업종 분류가 상장사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간혹 불거지는 악재까지 더해져 이들 종목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일각에선 두 종목이 제대로 된 분류에 따라 '업종 프리미엄'만 잘 받아도 저평가 수준을 벗어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의 상장사별 업종 현황을 분석해보니 삼성물산과 두산이 각각 유통업과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다. 이 같은 업종 구분은 1978년 통계청이 도입한 산업별 분류체계를 한국거래소가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40년째 요지부동이다.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분류가 그동안의 산업구조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상장사 고위 임원은 "국내 투자자들이야 속사정을 잘 알고 투자하겠지만 국내 시장 이해도가 낮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제대로 된 업종 구분만 이뤄져도 투자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9일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9.8%에 그치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으로 구분된 삼성전자(52.6%)와 비교하면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편이다.
특히 외국인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37%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소외 현상이 두드러진다. 두산의 외국인 지분율 역시 8.5%로 낮은 편이다.
삼성물산은 실적으로 보면 건설업종, 지배구조상 위치에 따르면 지주사에 가깝다. 증권업계에선 두 분류에 따라 비교해보면 이 종목이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올해 영업이익은 9150억원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영업이익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이익은 2016년 1395억원에 불과했으나 작년에 8601억원으로 1년 새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적개선은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료 사업이 모두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은 작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43.7%, 영업이익의 58%를 차지하는 최대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삼성전자 평택 추가 공사(7800억원), 싱가포르 복층 지하 고속도로(6800억원) 수주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작년 초 세운 10조5000억원이란 수주 목표도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주 활동은 유통업이란 분류와는 거리가 먼 행보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다. 최대주주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지분율이 17.1%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43.4%), 삼성SDS(17.1%), 삼성전자(4.6%) 등 그룹 내 알짜 주식은 다 갖고 있다. 당초 이들 계열사 지분을 더 확보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작년에 포기 선언을 하기도 했다. 작년 12월부터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가 삼성물산의 전체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이상 현상'도 겪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이나 보유 계열사 지분가치 대비 극도의 저평가 상태"라며 "삼성그룹이 정점에 있기 때문에 정치적 부침을 많이 겪고 있고 이에 따라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개월(작년 10월 말 대비 이달 18일까지) 삼성물산 주가는 8% 하락했다.
삼성물산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지분이 부족하지만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으로 두산이 꼽힌다.
LG나 CJ 등 다른 지주사들이 그룹 브랜드 상표권 수입이나 연결 자회사 이익에 의존할 때 두산은 자체 사업을 키우는 사업형 지주사로 도약 중이다. 두산의 연결 영업이익에서 자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자체 사업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자BG(사업부)로 45%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고객사들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필수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해 IT 업종으로 불려도 무방하다는 의견이다. 다른 사업부인 산업차량과 연료전지도 호조를 보이고 있고 적자를 기록하던 면세점 사업마저 최근 월별 기준 손익분기점을 넘을 태세다.
이에 따라 두산은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9201억원으로 연간 이익 '1조클럽' 복귀가 예상된다. 작년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다면 2013년 이후 4년 만의 쾌거다. 올해는 1조2572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기대감에도 최근 3개월 주가는 13% 떨어졌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는 자체 사업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수준"이라며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의 매각설 악재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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