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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급기밀' 무모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죠"
입력 2018-01-21 10:55  | 수정 2018-01-28 11:05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24일 개봉하는 '1급기밀'은 군의 방산비리 관행과 내부고발자의 고난을 담은 영화다. 재작년 세상을 떠난 홍기선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유작으로 남았습니다.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씨의 삶을 극화한 '선택'(2003), 1997년 에드워드 패터슨의 조중필씨 살해사건을 상기시킨 '이태원 살인사건'(2009)과 함께 홍 감독의 사회고발 3부작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의 급작스러운 별세가 아니었다면 '1급기밀'은 마지막 작품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의미 있는 것이란 곧 고단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역할은 우선 현실을 알리고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조리를 들추고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지는 일을 영화의 목적으로 삼았던 홍 감독은 눈을 감기 전 이미 차기작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계에 따르면 방산비리와 내부고발에 대한 홍기선 감독의 관심은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8년 국방부 근무 시절 무기부품 구매과정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퇴직하고 세상을 떠난 박대기씨의 부고기사를 접하면서입니다. 홍 감독은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직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는 실제 군 내부고발자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2002년 차세대 전투기 사업 외압설을 폭로한 조주형 전 대령, 2009년 10월 군복 차림으로 TV에 나와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군납비리를 폭로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의 도움이 컸습니다. 김 전 소령은 당시 영화 속 박대익 중령처럼 내부고발 이후 체육부대로 전보된 상태였습니다.


"무모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1급기밀'을 제작한 최강혁 총괄 프로듀서는 처음 투자자를 모으던 때를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습니다. 흥행 가능성이 아닌 민감한 소재가 걸림돌이었습니다. "시나리오는 너무 좋다고 하면서도 '현실이 있지 않느냐'고 해요. 투자팀이 아예 품의를 올릴 조건이 안 된다고 하니까 답답했죠."

정권이 한 차례 바뀐 이후 다시 투자사들을 두드렸고, 심지어 시나리오를 손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리틀빅픽쳐스가 나섰습니다. 리틀빅픽쳐스는 대기업 중심의 불합리한 제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 영화제작자들이 모여 만든 대안적 성격의 투자배급사입니다. 지역 영상위원회와 개인 투자자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배우 캐스팅 역시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던 때였습니다. 최 프로듀서는 "배우들이 돈보다는 영화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개런티를 낮춰주기도 했다"며 "배우들이라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텐데 용기 있게 선택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재작년 9월 크랭크인을 하고서도 스태프들 사이에선 '개봉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건 우리 문제가 아니니까 열심히 찍자고 했어요. 촬영 중에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세상이 많이 변하는 상황이 온 거죠. 저희도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같은해 12월9일 촬영을 마쳤지만 엿새 뒤 홍 감독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관객에게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편집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하던 홍 감독이었습니다. 1980∼1990년대 영화운동단체 '장산곶매'에서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오! 꿈의 나라'(1989)를 함께 만든 이은 명필름 대표가 후반작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 '1급기밀'은 화려한 기교를 배제하고 메시지에 집중하는 홍 감독의 담백한 스타일이 비교적 충실히 구현됐습니다. 최 프로듀서는 "방산비리와 내부고발에 대한 고민이 '1급기밀'의 두 가지 화두"라며 "홍 감독님은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셨다"고 전했습니다.

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21 10: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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