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질주하는 코스닥에 `CB 지뢰` 급증
입력 2018-01-19 15:57  | 수정 2018-01-19 19:46
상장기업들이 발행했던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돼 코스닥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16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으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식으로 주식 전환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총 90개사가 156건에 걸쳐 전환청구권 행사를 공시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47개사(71건)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비해 유가증권시장에선 18개사(52건)에 그쳤다.
CB 전환에 따라 추가로 주식이 상장되면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희석돼 불이익을 받게 된다. 최근 코스닥지수가 급등하면서 매도 물량이 단기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반 개미 투자자들은 상장사들의 CB 물량을 일일이 확인하고 투자하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 전환 물량이 튀어나올지 알기 힘든 형편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상장사의 자본조달 구조를 살펴보면 상장 전부터 CB를 발행한 곳이 많다"며 "이들 기업에 투자할 때는 CB 발행액과 전환 조건 등 주가 희석 요인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또한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는 기업들은 CB 발행액을 고려해서 기업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주주나 기관투자가 등은 코스닥 상장사 CB 전환으로 이득을 얻는 구조다. 코스닥기업 CB가 대부분 대주주나 관계사, 벤처투자조합, 금융기관 등에 발행되기 때문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도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차입금이 줄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특히 최근 테마주를 형성하며 주가가 급등한 바이오주와 가상화폐주 CB 투자자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실제로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과 이달에 걸쳐 총 45만여 주의 CB가 주식으로 전환됐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 상승률이 73%에 달하면서 주가가 3만9000원 수준까지 왔지만 CB 전환가액은 주당 1만2000원대다. 해당 투자자들은 3배 이상 평가차익을 거두게 됐다. 옴니텔, 한일진공, 모다 등 가상화폐 관련 테마주도 잇따라 CB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한일진공은 오는 22일 31만여 주가 전환 상장된다고 최근 공시했다. 한일진공은 앞서 지난해 11~12월에도 세 차례에 걸쳐 157만여 주가 추가 상장된 바 있다.
19일 41만여 주가 추가 상장된 옴니텔도 전환가액은 3111원에 불과한 데 비해 주가는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7000원대에 근접해 있다.
가상화폐주인 모다 역시 지난해 12월과 이달 160만여 주가 추가 상장되면서 주식 물량이 1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로 주가가 급변동하고 있지만 결국 약세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이들 가상화폐주에 대해 매도 물량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이수앱지스, 바른테크놀로지, 가온미디어, 테고사이언스, 에이티젠 등 CB가 다음주 코스닥시장에서 주식으로 전환 상장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CB 신규 발행도 급격히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서만 모다(300억원), 젬백스테크놀러지(242억원), 아비스타(100억원), 필룩스(100억원), 디엔에이링크(85억원), 엔터메이트(50억원) 등이 대규모 CB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다고 밝혔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정책적인 지원과 코스닥 상장사의 이익개선 추세로 코스닥이 상승하고 있는데 CB 행사는 수급 측면에서의 일시적인 불안 요소"라며 "개별 종목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코스닥 시장 전체로 보면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서 개별 종목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지수로 대응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 <용어설명>
▷ 전환사채(Convertible Bond·CB) : 발행 기업이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일종이지만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 투자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볼 수 있다.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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