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형 입시학원 `꼼수` 환급 마케팅에 뒤통수 맞은 예비 대학생들
입력 2018-01-19 14:58 

"합격자 발표도 다 나기 전에 환급 신청을 막아버리는 게 말이 되나요?"
대입별 정시 합격자 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대형 입시업체에서 '조건부 수강료 환급 상품'을 구매했던 예비 대학생들이 "'꼼수 마케팅'에 속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급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환급 절차에 대해 수강생들이 인지할 정도의 충분한 안내가 없어 억울하게 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건부 수강료 환급 상품'은 인터넷 강의(인강) 패키지의 일종으로 이를 구매한 수험생이 입시업체에서 지정한 대학에 합격하면 수강료의 100%, 많게는 300%를 환불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0원 프리패스' '0원 무한패스' 등의 상품이 널리 알려져 있다. 수강료는 50만~60만원 수준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과만 내면 수강료를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험생들에게 인기를 끌어 3~4년 전부터 인강 업체들의 트렌드 상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A인강업체가 수강료 환급을 위한 성적입력 기간을 대학별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기도 전인 지난달 28일까지로 제한하면서 예비 대학생들 사이 '환급 대란'이 벌어졌다. 상당수 학생들은 합격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환급 신청을 할 수가 없어 합격자 발표가 끝날 때까지 이를 미뤄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대입전형 일정에 따르면 수시모집의 최종 마감기한(추가합격자 통보)은 1월3일, 정시모집의 최종 마감기한은 2월20일까지다. 지난달 28일 이후 합격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환급을 신청할 방법이 아예 없는 셈이다. 수험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급마케팅으로 최대한 이익을 남기려는 학원의 꼼수다' '집단 소송이라도 하자'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상품을 홍보할 때는 대놓고 '0원'이나 '공짜'를 강조하면서 정작 환급조건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따르지 않다보니 계약자 간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는 "상품을 홍보할 당시부터 환급 조건에 대해 분명히 공지한 바 있다"며 "학원 측의 적극적인 안내와 학생들의 꼼꼼한 확인이 함께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조건부 수강료 환급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다수의 학생들은 상품 구매 시 업체 측이 향후 환급 절차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기한 내 성적입력을 하지 못해 환급 대상에서 제외된 정모씨(20)는 "최근 1:1문의를 통해 환급 가능한 조건에 대해 알게 됐다"며 "업체 측에서는 상품을 판매할 당시 약관 세부내용에 포함돼 있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걸 일일이 다 확인하는 고3이 어디 있겠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주요 인강 업체의 웹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환급 절차에 대한 안내는 아예 노출돼 있지 않거나 페이지 하단에 작은 배너로 처리된 경우가 대다수 였다.
꽁꽁 숨어있는 환급형 인강의 환급 조건은 무척 까다로운 편이다. 업체 측이 정한 기간 안에 상품을 구매해야 하고 3월·6월·9월 교육청 및 평가원 모의고사와 당해 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을 업체 웹사이트에 모두 제출해야 한다. 영역별로 특정 문항에 몇 번을 찍었는지도 전부 기록해야 한다. 여기에 최종적으로 대학 합격증을 인증해야만 정상적인 환급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같은 번거로운 절차가 예비 대학생들이 가장 바쁠 시기인 12월~1월 사이 진행돼 시기를 놓치는 학생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정이다.
입시학원의 환급 상품으로 인한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조건부 수강료 환급형 인강 상품'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72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 13건에서 2016년에는 48건이 접수돼 전년대비 269.2%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다. 한국소비자원은 "환급형 인강에 대한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행정적으로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며 "소비자들이 허위·과장 광고의 속성을 잘 인지하고 환급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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