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알코올성 지방간 있으면 심부전 발병 위험률 1.9배 높다
입력 2018-01-19 13:05 

국내 연구진이 지방간과 심부전 발병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규명하는 연구성과를 내놨다.
연세대 의대 강은석·이용호 교수팀(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은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이 심장근육의 기능약화를 초래하여 심부전 발병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적인 소화기학술지인 '유럽간학회지'(Journal of Hepatology, IF 12.5)에 주목도 높은 연구결과로서 편집자 의견(Editorial comment)과 함께 게재됐다.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정상수치에 5%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2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지방간 환자는 과음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주류를 이뤘지만 현재는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가 4배이상 많다. 대한간학회는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를 전체 인구의 33%로 추정하고 있으며, 서구화된 식단과 운동부족에 의해 관련 진단환자가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수검자를 대상으로 지방간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들 수검자들은 간 기능을 살필 수 있는 정밀 혈액검사, 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간의 지방량 및 탄력도를 측정하는 '간 섬유화 스캔' 검사,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 '심장초음파 검사' 그리고 체내 조직이 기능발휘를 위해 소모하는 포도당 대사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등을 선택한 특화 건강검진자 387명을 1차적으로 추렸다. 이후 정확한 연구를 위해 간염 등의 간질환과 다양한 심혈관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308명을 조사군으로 확정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결과 조사군 308명 중 118명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진단군)되었으며, 190명은 정상수준의 간수치를 유지(정상군)했다. 진단군은 체질량지수(BMI) 평균 26±3㎏/㎡로 정상군의 23±2.7㎏/㎡에 비해 높았으며 BMI 25 이상인 비만군의 비율이 58%대 16% 로 높게 나타났다(표준 체질량지수 구간 18~23㎏/㎡). 또한 고혈압 비율도 진단군이 정상군에 비해 47% 대 33%로 높았으며, 당뇨병 비율도 24% 대 13%로 역시 높았다.
아울러 PET 및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본 심장기능에 있어 진단군과 정상군 간의 차이가 많음을 보였다. 심장초음파 검사상 진단군은 정상군에 비해 심장기능 저하와 구조 변형이 확인됐다.
심장 수축기능을 보여주는 심장 박출량은 진단군과 정상군과 비슷했지만 좌심실의 이완기능이 저하된 환자군의 비율이 정상군보다 진단군에서 1.9배 더 많음을 확인했다. 또한 진단군의 좌심방 크기가 정상군에 비해 평균 1.2배(약 17%) 커져있는 것이 확인됐다. PET-CT 검사결과에선 진단군의 심장근육이 소모하는 포도당 흡수율이 정상군에 비해 평균 30% 적은 것으로 나타나, 심장근육의 대사 기능 활성화도가 상대적으로 저하되어 있었다.
강은석 교수는 "심장근육의 약화로 이완기능이 저하되면 '이완기 심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체 심부전환자의 절반이상이 이완기 심부전을 앓고 있을 정도로 그 유병율이 계속 증가추세"라고 설명했다.
심부전은 심장이 적절한 수축과 이완운동을 통해 온 몸에 보낼 혈액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뿜어내지 못하는 중증 심장질환이다. 국내 심부전환자는 최근 7년(2010~2016)간 9만 9000여 명에서 12만 2000여명(+22%)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률로 10만명당 3.7명에서 10명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간에 축적된 지방 축적량보다 간조직의 섬유화가 얼마나 더 진행됐는지가 이완기 심부전 발병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을 찾아낸 점이라고 강은석 교수는 밝혔다. 그는 "심장이완기능 악화는 간 조직이 탄력을 잃고 굳어지는 섬유화가 있을 경우 진단군이 정상군에 비해 2.3배 더 위험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에 대해 세계적인 지방간질환 전문가인 영국 사우스햄튼대 종합병원 크리스토퍼 번(Christopher D. Byrne)교수는 편집자 의견을 통해 "지방간과 간섬유화가 심장 이완기 기능의 저하와 장애를 초래하여 이완기 심부전의 주요 발병원인이 될 수 있음을 임상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로 높이 평가된다"고 밝혔다.
갈수록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갖고 있는 국내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뇨와 비만이 같이 있을 경우 이완기 심부전의 발병 위험도를 높일 지방간염으로 이환될 확률이 높다는 강은석 교수는 조기에 지방간을 발견해 이를 예방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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