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전진단 강화로도 재건축 대상 절반 `뚝`
입력 2018-01-18 20:48  | 수정 2018-01-18 23:48
◆ 강남집값 압박나선 정부 / "재건축 연한 연장 검토" 파장 ◆
정부가 현행 30년인 재건축 연한 제도를 비롯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안전진단 기준 상향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 재건축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노후주택 소유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재건축을 막아 새집 공급이 부족해지면 이미 사업을 추진 중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희소성과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재건축 구조 안전성·내구연한 문제 재검토' 발언과 관련해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구체적인 개선 방향은 아직 확실치 않다"며 "여러 방향을 놓고 검토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방향'의 의미는 현행 30년인 재건축 내구연한을 지금보다 높이는 것을 포함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2014년 박근혜정부는 9·1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이 준공 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된 바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 목적이었다. 또 2015년 구조 안전상 큰 문제가 없어도 층간소음이나 에너지효율 등 주거 여건이 불편하다고 판단되면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행 30년 내구연한을 기존 40년으로 되돌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년과 40년 사이 주택 소유자가 대거 소송에 나서는 등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한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남 집값 잡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보다 집값도 별반 오르지 못한 그 외 지역에 재건축 지연이라는 피해만 가중시킬 우려도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향후 3년 내에 재건축 연한 30년 기준을 충족하는 아파트(300가구 이상 기준)는 전국적으로 525단지, 37만5015가구에 달한다. 이 중 서울이 총 117단지, 11만6562가구이며 강남 3구는 16단지, 1만9428가구에 불과하다. 전체의 69%에 달하는 비서울 지역 25만8453가구가 강남 집값 잡기로 인해 재산권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서울 지역에서는 1988~1989년 건설된 올림픽훼밀리타운, 올림픽선수기자촌, 문정시영 등이 차기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으며 가격이 올랐지만 연한이 강화되면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또 올해 30년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는 목동신시가지 11·12단지 등이 위치한 양천구의 경우 7701가구가, 상계주공1~16단지가 몰려 있는 노원구(4만9147가구)는 향후 3년 동안 5만가구에 육박하는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 추진 가능 시기에 도달한다.
신규 주택 공급 감소나 노후주택 안전성 문제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강남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재건축 허용 연한을 다시 늘리는 것은 서울 주택 공급을 줄여 집값을 더 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40년 연한을 넘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2·3차와 한양1차를 비롯해 내년 40년 기준을 충족하는 대치동 은마 등이 오히려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따라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해 재건축을 최대한 지체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건축안전진단은 A~C등급은 유지보수,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 E등급은 재건축 판정을 받아 철거 후 재건축사업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백준 제이앤케이도시정비 대표는 "과거에는 노후도 등 구조안전 분야 항목 점수가 높았는데 2014년에 층간소음·녹물 등 주민의 주거환경성 평가 점수가 들어가면서 점수 비율이 '확'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30년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 중 절반이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제도 개선 이후에는 90% 이상이 통과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진단 기준만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도 지금보다 재건축 가능 도래 단지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지용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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