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발표를 앞두고 법원 내분이 악화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58·사법연수원 15기)과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강제 수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법원은 특히 행정처 업무용 컴퓨터 압수수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행정처 컴퓨터에는 대법원이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을 상대로 사법정책과 예산을 관철하기 위해 작성한 대외전략 방안과 분석 문건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일 복수의 전현직 법무검찰 관계자들은 "사법부 대외전략 자료는 공직 사회에서 최대 규모고 매우 정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수사로 확보한 자료가 외부로 공개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를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법원 내부 갈등이 심해져 수사가 벌어지면 압수수색 등 통상의 강제수사 절차를 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등 혐의 고발 사건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에 배당돼 있다. 일각에선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법원 대외전략 자료는 대외비다. 사법정책 입법과 예산 확보를 위해 각각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설득 및 분석 성과를 오랜 기간 축적해 왔다. 검찰이 압수수색(이미징)을 통해 확보하거나 외부에 알려질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대법원이 중점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대국회 전략도 민감하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성향과 반응을 분류해 대응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도록 공직사회 주요 인맥 등도 분석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정부에서 상고법원을 강력하게 반대한 법무부에 대한 대응전략도 망라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 본인도 상고법원과 상고허가제를 제안해 놓은 상태라 같은 전략과 자료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또 법관 및 직원 규모 유지 및 확대를 위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에도 항상 신경을 곤두세운다. 기재부 고위 인사들 뿐 아니라 예산실 실무 담당자들에 대한 설득 방법 등을 축적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내부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올 2월 26일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직하는 법관 규모가 역대 최대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과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40여명의 법관이 사의를 밝혔고 추가조사위 발표 이후 갈등이 계속되면 퇴직 규모는 폭증할 전망이다. 서울의 한 법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이대로 갈등을 방치하면 판사들의 이탈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서울중앙지법 강형주 원장(59·13기)과 김정만 민사1수석부장(57·18기).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서울고법 유해용 부장판사(52·19기), 대법관 후보로 주목받던 여미숙 부장판사(52·21기) 등이 사의를 밝혔다. 복수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장들도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채종원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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