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의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JX-594)'을 항암제 '수니티닙'과 함께 투여할 경우 췌장암 치료에도 효과를 나타낸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수니티닙은 간암 치료제로 잘 알려진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와 같은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Tyrosine-kinase inhibitor)다.
1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런 연구결과가 미국 암학회(AACR)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신경내분비 췌장종양(췌장암)이 있는 쥐에 펙사벡과 수니티닙을 병용 투여한 결과 종양혈관 폐쇄, 항종양 반응, 암 전이 억제와 같은 항암 효과가 나타났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CD8+T세포'의 암 조직 내 침투가 현저히 늘어나면서 암세포를 고사시키는 것도 확인됐다. 특히 수니티닙을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펙사벡을 함께 투여했을 때 면역세포인 T세포의 종양 내 유입이 많이 늘어났다. 보통 동물실험 단계에서는 약물의 작용 원리와 효과 발현 여부 자체를 확인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수치화되진 않는다.
펙사벡은 암세포만 감염시키도록 유전자 조작된 우두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하는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이다. 암 환자에게 투여된 펙사벡이 암세포만 감염시키면,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위험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식으로 치료한다. 함께 투여한 수니티닙은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의 항암제로, 진행성 신세포암(신장암)이나 절제 불가능하고 고도로 분화한 전이성 췌장내분비종양 등에 사용한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다른 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임상 결과가 국내외 학회에 보고된 바 있다.
이번 동물실험 역시 펙사벡과 수니티닙을 병용 투여했을 때 항암 효과가 펙사벡만을 투여했을 때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라젠은 펙사벡과 여보이, 펙사벡과 넥사바 등을 병용 투여해 항암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 췌장암뿐 아니라 뇌종양에서도 수니티닙과 펙사벡을 병용 투여했을 때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향후 어떤 암이든 간에 TKI와 펙사벡을 병용 투여할 때의 이점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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