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내 주요국들이 앞다투어 중국 위안화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 위상 확대에 유럽이 기여하면서 향후 EU와 중국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안드레아스 돔브레트 이사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위안화를 외환보유고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돔브레트 이사는 "유럽 내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운용 통화로 위안화 사용을 점차 늘리고 있다"면서 "이는 지난 몇 년동안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돔브레트 이사는 지난해부터 위안화를 외환보유고에 포함시킨 유럽중앙은행(ECB)을 예로 들었다. ECB는 지난해 6월 5억유로(약 6500억원) 상당의 위안화를 사들였다. 당시 분데스방크 이사회도 ECB의 결정에 동의했다.
지난 2016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시키면서 국제통화로서 인지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또 다른 분데스방크 이사인 요하임 뷔르멜링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외환 보유를 장기적으로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위안화의 역할 확대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독일과 중국간 무역규모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독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독일 제조업의 주축인 자동차 산업이 호조를 보인 것도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현대판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대중 무역 확대로 위안화를 이용한 결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일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위안화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날 독일 중앙은행의 발표에 프랑스 중앙은행은 자신들이 먼저 위안화 편입을 시작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은행이 분데스방크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이미 외환보유고 중 일부를 위안화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프랑스은행은 "외환보유고의 대부분은 미국 달러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위안화와 같은 일부 국제통화로 다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은행은 위안화를 외환보유고로 편입했을 당시 해당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외환보유고 세부 현황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날 독일과 프랑스 중앙은행의 발표에 위안화는 1달러당 6.4191까지 급등해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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