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문] 춘천소년원, 대장암 3기 재소자에 '변비' 진단…아버지 "시한부 꿈에도 생각못해"
입력 2018-01-15 09:46 
사진=춘천소년원, 이모씨 페이스북 사진
[전문] 춘천소년원, 대장암 3기 재소자에 '변비' 진단…아버지 "시한부 꿈에도 생각못해"


춘천소년원 측에서 몸무게가 40㎏ 가까이 빠지고, 복통과 혈변 문제를 앓은 재소자에게 ‘변비라고 진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외부 진료도 한 차례만 허용됐습니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8살인 이 모 군은 지난해 10월 춘천소년원을 나온 직후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3기는 말기 직전으로, 시한부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 군 건강에 이상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 6월 춘천소년원에 들어간 지 한 달 뒤부터입니다. 이유 없이 복통이 있었고 보름 가까이 대변을 못 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증상으로 소년원에서 31차례나 의무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년원 측에서는 ‘신경이 예민해진 탓이라며 변비약과 진통제만 건넸습니다.

이 군은 제대로 먹지도 못해 130여 일 동안 몸무게가 무려 40kg 가까이 줄었습니다.

한 차례 동네 내과로 외부 진료를 나갔지만 증상은 계속됐고 추가 외부 진료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춘천소년원 측은 10대의 경우 대장암 발병이 흔치 않은 데다 이 군이 당시에는 큰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외부 진료에서도 특이사항이 드러나지 않아 증세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의들은 청소년 대장암 발병을 의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군이 주장하는 증상이 계속됐다면 적어도 CT 촬영이나 내시경 검사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해당 사건에 대한 피해자 이 모씨의 아버지 페이스북 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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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는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춘천소년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시한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저희 아이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세요...

저는 만17세 되는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제 아들은 올해 5월 친구들과 어울려 금품을 갈취하는 나쁜 행동으로 인해 서울소년원에 들어갔습니다. 전 부모된 입장으로 자식의 잘못을 두둔할 수 없었고 소년원에서 진심으로 반성하기를 바랬습니다.

저희 아들 또한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나쁜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깊이있게 반성했고 지난 6월, 사회에 나와서 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며 직업훈련을 하기 위해 춘천소년원으로 이송신청을 해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초부터 복부에 통증이 심해 춘천소년원 내 의무과에 상태를 말했더니 단순 변비라고하여 처방해준 약을 먹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더욱 심해져서 몸무게도 계속해서 줄어들어 담임선생님께 매일 아프다는 사실을 말했지만 변비일 뿐이라며 외부진료도 받지 못하게 막았고, 결국 제 아들은 부모님 걱정할까봐 그 동안은 참았었는데 못참겠다며 9월 초 연락을 해왔습니다.
전 그 소식을 듣고 바로 담임선생님께 애가 많이 아파하니까 꼭 외부병원에서 진찰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하지만 바로 진료받을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고 결국 제 아들은 식사도 하지 못하고 변도 한달에 한두번 뿐이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9월 한달만에 갑자기 30kg 정도 몸무게가 줄어 뼈만 앙상하게 남을 지경이 되자 9월 말에 드디어 춘천에 있는 조그마한 내과에서 피검사와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받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검사결과 이상이 없고 가스가 배에 차서 아픈거라며 지어준 약이나 먹으라고 했습니다.

열심히 제공된 약을 먹었지만 계속되는 복통과 호흡곤란에 시달려야했고 제 아들은 결국 두세달사이에 몸무게가 40kg이나 줄어서 드디어 나오는 시기가 되어 10월 말에 나와 바로 집근처 작은 병원에 갔습니다. 똑같은 증상을 말하고 검사를 받았었는데 이 병원에서는 큰병원으로 가보라고 했고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결과 대장암 3기말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전이된 부위가 너무 커서 수술해도 1년도 살지못한다고 했는데 수술 경과가 좋아 앞으로 항암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2년정도만 더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될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소년원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진심으로 반성하고 돌아와 착하게 살길 바랬고 저희 아들도 잘못을 뉘우치고 사회에서 바르게 살기 위해 직업훈련을 할 수 있는 춘천소년원으로 이송신청을 한 것 뿐이었는데... 시한부가 되서 돌아올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받으라고 소송을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찌 하나뿐인 아들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목숨을 담보로 소송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수 있겠습니까?

알아보니 암은 초기 발견이 중요하고 젊을수록 급속도로 암세포가 빨리 전이될수 있기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아프다고 매일같이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외면한 춘천소년원(신촌정보통신학교) 담임선생님, 생활지도계장님, 의무과장님 등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가 이루어지기만 바랄뿐입니다.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만 있었다면 제 아들이 더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아들을 지켜봐야만 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못난 아빠라는 생각에 눈물만 납니다.

힘없는 부모여서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는 현실이 마음 아프고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적어도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글을 올립니다. 제발 주변분들에게 이 사연을 많이 공유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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