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수익률만 보는 묻지마 대체투자 경계해야"
입력 2018-01-12 15:56  | 수정 2018-01-12 19:10
"대체투자에도 '묻지마 투자' 열풍이 불고 있어요. 아주 유망한 자산인 건 분명하지만 어디서 수익이 나는지 수익구조는 뜯어봐야지요."
최근 현대해상 최고운용책임자(CIO)로 자리를 옮긴 김석중 CIO(전무)의 조언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에서 7년 넘게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올 초 현대해상에서 CIO를 맡으면서 32조원 넘는 거대 자산을 굴리는 수장이 됐다.
최근 그는 가이 프레이저-심슨 카스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쓴 '대체투자 자산의 이해'(에프앤가이드 펴냄)라는 책을 공동 번역해 화제가 됐다. 대체투자가 글로벌 자산 시장을 강타한 핵심 투자처가 됐는데 아직까지 이 분야에 대해 정보가 극히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담아 번역한 책이다.
김 CIO는 "안정적인 실물자산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 대체투자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불완전 판매 이슈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라며 "펀드를 판매하는 영업직원조차도 제대로 교육이 잘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대로 된 인프라스트럭처 펀드는 도로, 항만, 공항 등 실물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구조인데, 시장 일각에서는 인프라 사업을 하는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개념이 혼용돼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체투자에 따르는 고유한 리스크를 간과할 우려가 있어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CIO는 "건물이나 기간산업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펀드는 통상 5~7년간 자금이 묶이는 구조"라며 "투자자가 이런 특성을 모르고 주식형 펀드처럼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면 투자 결정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공제회 일부는 투자자산의 절반 이상을 실물자산에 쏟아부을 정도로, 대체투자는 이미 시장의 대세가 됐다고 분석했다. 기관투자가를 넘어 개인투자자들 역시 이 분야 투자를 빠르게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CIO는 "글로벌 전역에서 금리 인상 구도에 돌입했지만 저금리 기조가 해소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대체투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유망 상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 CIO는 "개인투자자 역시 주식이나 채권에 함몰되지 말고 대체투자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을 이기고 자녀에게 물려줄 자산군으로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투자에 대한 책을 검색하다가 국내에 나온 좋은 참고서가 없어 아마존에서 직접 원서를 구입해 번역에 돌입했다"며 "대체투자에 대한 거의 모든 분야를 이 한 권으로 개괄할 수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CIO는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피닉스자산운용 대표 등 증권업계와 운용업계를 두루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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