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산후조리원 집단 결핵 감염 의혹` 신생아·부모 손배소송 승소
입력 2018-01-10 16:00 

산후조리원에 근무한 간호조무사에 의해 이곳에 입원한 신생아들이 집단 결핵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면 해당 조리원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최근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등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면역력에 취약한 신생아들이 집단적으로 질병에 걸리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에서 해당 기관들의 엄격한 관리 책임을 요구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오선희)는 신생아 및 부모 230명이 산후조리원 전문기업 YK동그라미와 간호조무사 A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 했다. 이들 신생아 및 부모들은 2015년 6월~8월까지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조리원에 머물렀다.
재판부는 "간호조무사는 결핵 감염 가능성을 인식한 이후 업무를 중단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고 조리원도 사용자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조리원은 결핵가능성 인식 시점 이전에 머물다 결핵 판정을 받은 신생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채무 불이행 책임)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조리원에 근무한 A씨는 2015년 6월말~7월초 복부수술을 받으려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결핵 의심 소견을 들었다. 하지만 수술 후 업무에 복귀했고 그 후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이 곳에 입원한 신생아들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했고 일부가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에 양성 판정을 받은 부모들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항생제를 장기간 신생아에게 먹여야 했던 부모들도 함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병원으로부터 결핵이 의심 되니 '가래 검사'를 하도록 처방 받았을 때를 결핵감염 가능성을 인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시점인 2015년 6월 29일을 기준으로 조리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와 대상을 구별했다.
우선 재판부는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 23명에게는 입소시기와 관계없이 각각 400만원을, 이들 부모 46명에게는 각각 50만원(부모 합쳐서 100만원)를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음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 중에는 2015년 6월 29일 이후 입소자 52명에게 각각 2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판결했다. 이들 부모 96명에게는 각각 30만원(부모 합쳐 6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5년 6월 29일 이전까지 머물다 음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 및 부모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원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SL 이성준 변호사(34·변시 3회)는 "양성 피해자 모두에 대해 조리원의 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으로서 향후 유사사건 발생 시 조리원은 본인의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로 신생아를 집단 관리하는 기관의 안정망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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