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음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서 개헌 합의를 이뤄주기를 촉구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 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대한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겠으나, 국회 합의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나서서 개헌안을 만들어 발의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국회 개헌특위에서 국민 주권적 개헌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그때는 정부가 개헌특위의 논의 사항을 이어받아 자체적으로 특위를 만들어서 개헌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6월 지방선거까지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국회 논의가 여전히 공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100일 기자회견 때보다 정부 개헌안 마련 가능성을 좀 더 강하게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함께하자는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등 지난 대선 때 주요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기도 했다.
다만, 홍 대표는 최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투표를 하겠다는 공약을 뒤집고 국회가 합의해 연말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당이 지난 대선공약을 번복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보인다.
또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의 세금 1천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며 경제적 이유도 내세웠다.
정부 개헌안을 마련할 경우 국회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사안 위주로 1차 개헌을 하고, 추후 2차 개헌을 하는 '단계적 개헌'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단계적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개헌 드라이브와 함께 주목할 부분은 문 대통령이 신년사의 첫머리에서 '삶의 질 높이기'를 언급한 점이다. 이는 지난해 국정농단의 여파로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적 염원에 따라 적폐를 청산하는데 진력했다면,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삶의 질을 끌어올려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부터 새해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경제 정책에 두겠다고 천명해 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경제 정책을 가장 먼저 언급한 데 이어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 손에 잡히는 변화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정책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삶의 질 개선과 직결된 경제 정책이 신년 기자회견의 첫머리에 배치된 것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