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격을 올리려다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상 계획을 철회했던 치킨업계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습니.
더욱이 이번에는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치킨업계에 팽배한 분위기입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격을 올리려다 실패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최근 배달 수수료까지 오르면서 치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들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8년까지 메뉴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올해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가맹점주들이 메뉴 가격을 인상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치킨업체들은 최근 일부 배달 대행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배달 수수료를 건당 500∼1천원씩 올리면서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극심한 배달원 구인난에 시달리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주들은 전문 배달업체와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인상을 놓고 눈치싸움을 하는 치킨업계 분위기는 지난달 29일 KFC가 먼저 치킨과 햄버거 등 2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9% 인상하면서 더욱 확산했습니다.
KFC는 원자재·인건비 상승을 명분으로 주요 치킨업체 중 가장 먼저 가격을 올렸지만 정부가 이를 규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 가격 인상의 총대를 멨다가 정부 압박에 인상을 철회했던 BBQ나 가격을 올리려다 포기했던 업계 1위 교촌치킨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왜 누구는 못 올리게 하고 누구는 그냥 놔두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BBQ 윤경주 대표는 최근 가맹점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 8년간 원부재료, 임대료, 인건비 등 물가가 상승했으나 치킨값은 그대로 유지됐다"며 "본사의 노력에도 가격 인상은 무산됐지만 패밀리(가맹점주) 여러분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가격 인상 재추진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교촌과 BHC, 네네치킨 등도 시기를 저울질하며 경쟁업체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년 간 가격을 못 올려 인상 요인이 누적된 데다 올해 최저임금까지 대폭 인상되면서 가격 인상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서로 누가 먼저 총대를 멜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