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우리 이어 신한노조도 경영참여 요구
입력 2018-01-04 17:21  | 수정 2018-01-05 08:08
KB국민·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노조도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노조는 오는 3월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앞서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포함한 노조의 경영참여를 요구하기로 했다.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지주와 은행 경영진에게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당위성과 적용방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4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 노조가 경영참여 의지를 본격화하고 최근 금융위원회 고문기관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금융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한 만큼 신한은행 노조도 여기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신한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이 가지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경영진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신한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73%로 국민연금(9.55%), 블랙록펀드 어드바이저(5.13%)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오는 3월 주총에서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도 최근 경영공시를 통해 우리은행 지분 5.37% 대량보유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향후 우리은행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 등 작업이 끝나고 충분히 지분율을 확보한 후 사외이사 추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18%)를 제외한 과점주주 지분율이 동양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7%),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IMM PE(6%)에 각각 4~6%로 쪼개져 있는데 우리은행 우리사주 지분율이 이미 5.37%에 이른 상황에서 더 확대되면 과점주주들도 무시할 수 없는 지분율이 된다.

하지만 노조의 시도가 실제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주는 은행의 의결권 지분 0.1%만을 보유해도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의결권 주식 수의 25% 이상, 출석 주주의 절반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KB금융 노조가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던 안은 국민연금(지분율 9.68%)의 지지를 얻었지만 발행 주식 대비 13.7%, 출석 주식 수 대비 17.73%의 찬성만을 얻어 안건이 부결된 바 있다.
노조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독일은 이사회가 경영과 감시 부문으로 구분돼 있어 근로자 추천 이사가 경영 분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스웨덴은 한국처럼 이사회가 일원화돼 있지만 근로자 추천 이사가 임금 등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안건 의결에는 참여하지 않는 제도가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이런 제도적 기반 없이 무작정 근로자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주주와 고객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존에도 우리사주조합에서 내는 근로자의 목소리가 꼭 사외이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반영되고 있는데 급하게 사외이사 1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영 의사결정상 근로자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것들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하는데 근로자 추천 이사가 모든 이사회 내용을 공유한다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민간 금융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회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노사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부 금융사 노조는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막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가고 있다. 이날 KEB하나은행 노조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의결권 자문사 ISS,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CEO 리스크 관련 의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결정하는 주총을 두 달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다.
[김태성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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