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입원전담 전문의·15분 진료…병원들 `환자 퍼스트`로 변신
입력 2018-01-04 17:14 

대형병원들의 올해 화두는 '환자 퍼스트'다. 내과계 응급환자를 24시간 전담진료하는 '입원전담 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제도로 입원기간을 줄이고 '두 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오명을 벗고 15분진료를 적극 도입한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할 필요없이 간호인력이 24시간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폐렴이나 장출혈, 고통이 극심한 신우신염 등 응급 치료와 입원 등이 필요한(급성기) 내과 환자를 진료하는 입원전담 전문의의 역할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장학철, 온정헌, 김낙현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팀은 2014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을 통해 내과로 입원한 환자 1만945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입원기간은 9% 감소하고 응급실 대기시간도 40%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같은 성과는 초기 치료가 중요한 내과계 응급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입원전담전문의들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내과 응급환자들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 시스템에서 외상이 있거나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입원전담 전문의들은 급성기 내과 병동(Acute Medical Unit·AMU)에서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내과 환자를 진료하고 초기 치료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15년 국내최초로 급성기 내과 병동을 설치하고 내과계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를 배치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전 10일이었던 재원 기간이 도입 이후 9.1일로 줄었다. 환자들이 빨리 퇴원함에 따라 병상 부족 문제가 해결돼 입원 환자 수도 늘었다. 급성기 내과질환 환자들이 응급실에 체류하는 시간 역시 17.1시간에서 10.2시간으로 약 40%이상 감소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이 크게 감소하고 만족도가 높아졌다.

장학철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장은 "올해 2기 시범사업 대상이 확대됐는데, 이번 연구로 재원기간과 응급실 체류기간이 감소되어 전반적인 진료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객관적 증거를 확인했다"며 "향후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 재입원률,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 연구해 제도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입원전담전문의로 활동중인 온정헌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로서 더 많은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 의료비 절감과 국가 보험재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12월호에 발표됐다.
보건복지부 1기 시범사업으로 상급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14곳이 참여했으며, 올해 2기 시범사업에서는 300병상 이하의 종합병원까지 참여자격이 확대된다. 복지부는 입원전문전담의 시범사업 수가를 평균 40% 인상하는 등 제도 정착에 힘쓰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이용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환자의 진료서비스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90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도입 초기에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많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 있는 병원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기 어려워 시범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작년 9월부터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시작한 '심층진료(15분 진료)'다. 15분 심층진료란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에서 암 등 중증·희귀 난치 환자들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살핌으로써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다. 이른바 빅5를 비롯해 대형병원 19곳이 시범사업 기관 지정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보건당국으로부터 심층진료 승인을 받고 한 발 먼저 심층진료를 시작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도가 높아 국내 대형병원들이 '3분 진료'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는 환자들이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2~3시간까지 대기하다가 의사와 만나는 시간은 채 3분이 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작년 말부터 15분 진료를 시작한 한 종합병원 의사는 "처음에는 환자도 저도 적응이 되지 않아 15분이 꽤 길게 느껴지고, 10분도 안되어 충분히 설명 들었다면서 나가겠다는 환자도 있었다"면서 "저도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환자를 살필 수 있고, 환자도 궁금한 점을 꼼꼼히 물어보는 등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학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복지부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하기 어려운 중증 희귀 질환자나 진단이 어려운 중증 의심 환자의 초진 진료 등으로 15분 진료 적용 환자를 엄격히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소아 희귀 질환자의 경우 직계가족의 유전 상담이 필요한 만큼 재진도 15분 진료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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