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병 `콘딜로마` 20~30대 남성 감염 급증
입력 2018-01-04 16:08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성병 중 하나인 '콘딜로마'(곤지름)가 국내에서 연간 8.3%씩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여성 환자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남성에서 두자릿수 급증세를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콘딜로마는 성기 주위에 사마귀 같은 것이 생겼다고 해서 '성기 사마귀'로도 불린다. 단 한 번의 성 접촉으로 절반 가까이가 감염될 수 있을 정도로 감염력이 매우 강다. 대개 성관계 2~3개월 후에 나타나는 돌기나 뾰루지 등의 피부병변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HPV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꼽히는데, HPV 바이러스 중 16, 18형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준모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콘딜로마 진료환자로 등록된 34만4327명을 분석했다. 우리나라 콘딜로마 진단 환자는 2007년 2만6606명에서 2015년 4만7920명으로 1.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1만4038명에서 3만2086명으로 2.3배 늘어난 반면, 여성은 1만2568명에서 1만5834명으로 1.3배 로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콘딜로마 환자가 2007년 이후 8년 사이 연평균 8.3%씩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성별 연평균 증가율은 남성이 11.6%로 3.6%에 그친 여성을 압도했다.
특히 남성 환자 10명중 7명 이상(73.5%)이 상대적으로 성관계가 왕성한 30대(39.3%)와 20대(3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0대 환자가 15.4%를 기록했다. 20∼30대 남성 비율은 전체 환자의 절반(49.2%)에 육박했다. 여성도 20∼30대에 환자의 70.9%가 집중됐지만 20대(50.7%)와 30대(20.2%) 간에 3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연구팀은 여성의 경우 2011년 이후 콘딜로마 환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남성은 매년 증가세가 지속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 같은 차이는 2007년부터 시작된 HPV 백신 접종이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2011년 이후 실제로 감염 예방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에 도입된 HPV 백신은 남녀 모두가 접종할 수 있었지만, 여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이라는 목적이 더 강조되면서 여성들만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이다.
김준모 교수는 "여성의 콘딜로마 유병률이 낮아진 것은 자발적으로 HPV 백신을 접종한 여성에게서 HPV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순차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이와 달리 남성은 별다른 예방조치가 없어 환자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성에 대해서도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할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실제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등 일부 주에서는 만 11세 남자아이들에게 무료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남성의 콘딜로마 유병률 증가는 여성에 대한 감염 위험도를 다시 높이는 것은 물론 질환 치료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남성의 HPV 백신 접종이 가지는 성병 예방 효과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역학과 감염'(Epidemiology & Infect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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