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8개월 여 만에 발견된 전북 전주의 고준희양의 사인으로 '외부충격 가능성'이 제기됐다.
31일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준희양의 1차 부검 결과 양쪽 갈비뼈 등 몸통 뒤쪽 뼈 여러개가 부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국과수는 이에따른 소견으로 "부패가 심해 준희양이 학대 등 외부충격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경찰에 알렸다. 어린 아이 갈비뼈의 경우 탄성이 높아 부러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에 의한 살해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준희양의 아버지 고모씨(36)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4월 26일 준희양의 몸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데려 가려고 했으나 숨졌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처음에는 내연녀의 모친 김모씨(61)의 집에 아이를 맡겼는데 식도에 음식물이 걸려 질식사했다고 했다가 번복한 바 있다.
이와함께 경찰이 "사망당일 준희양을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고씨는 "아이의 상태가 나빠지자 심폐소생술을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부러진 뼈의 위치가 심폐소생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준희양은 생전에 가혹행위로 의심되는 상처를 입어 2차례나 병원 진료를 받았다. 준희양은 지난 2월 23일과 3월 19일 각각 이미와 머리가 찢어져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고씨는 "이마에 난 상처는 목욕탕 휴지걸이에, 머리는 책상 밑에서 놀다가 다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씨와 내연녀 이모씨(35)가 상습적으로 고양을 폭행한 것은 아닌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송기중 전주 덕진경찰서 형사계장은 "현재는 타살과 자연사 등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수사 중"이라면서 "국과수의 의견은 고양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불명확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준희양의 사체유기에 친부와 내연녀, 내연녀의 모친이 함께 공모하고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에따라 31일 이씨에 대해 사체유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4월 26일 준희양이 숨질 때 함께 있었고 고씨와 김씨가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 야산에 준희양을 유기하는데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준희양의 부친과 내연녀의 어머니인 김씨는 지난 30일 같은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실종신고 이후 줄곧 거짓 연기를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준희양의 부친과 내연녀 이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신고한 다음 집근처 지구대를 찾아 "준희를 꼭 찾아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고씨는 "딸이 없으면 못 산다"고 지구대에서 괴성을 지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직장에서도 준희양의 얼굴이 새겨진 실종전단을 나눠주며 "딸을 잃어버렸는데 비슷한 애를 보면 말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준희양은 화장됐다. 국과수 부검 후 시신을 인계받은 준희양의 친모 등 가족들은 지난 30일 화장 후 영결식을 했다.
[전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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