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질병관리본부가 1100명분의 탄저백신을 수입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저균과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탄저균은 생화학무기로도 쓰이는 독성균이다. 사람과 동물 모두 균에 노출되면 잠복기를 거쳐 폐 조직 출혈, 괴사, 부종 등의 탄저병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된 뒤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주한미군의 탄저균 배달사고가 난 뒤 열린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진성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탄저균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무서운 세균으로 서울 인구 절반을 사망케 하는 데 17kg이면 충분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언론은 정부가 탄저 백신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와대 관계자 500여명이 이 백신을 맞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정부가 치료목적으로 탄저백신을 갖고 있으며 청와대 관계자들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7일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청와대 해명에 포함된 '치료 목적'이라는 단어는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방적 치료'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예방적 치료는 탄저균에 노출된 사람에게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해 탄저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질본 관계자는 예방적 치료의 주된 처방은 항생제이며 탄저백신은 옵션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제약업계에서는 탄저 백신의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질본은 한 제약사와 손잡고 탄저백신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2020년부터 생산비축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질본 측은 설명했다. 다만 질본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제약사 이름에 대해 비보도를 요청했다. 만약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활용한 공격에 나선다면 먼저 해당 제약사의 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추가 생산시설을 만들면 되지 않겠냐"며 "해당 제약사 이외에 백신의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할 역량이 있는 제약사를 추가 선정하면 백신 비축량도 늘릴 수 있고, 향후 수출을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탄저백신 개발·생산에 나설 제약사가 추가로 나오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위험한 감염균인 탄저균을 다루는 시설에는 안전 설비가 필수지만 흔하지 않은 탄저균 감염을 대비할 백신 생산설비에 그만한 투자를 한 뒤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실제 질본이 탄저백신 국산화를 처음 추진할 당시 이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제약사는 지금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단 한 업체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