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기춘, 식물인간 아들 손 한 번… '한 때 의사였다 4년 전 교통사고로'
입력 2017-12-20 07:39  | 수정 2017-12-27 08:05
김기춘, 식물인간 아들 손 한 번… '한 때 의사였다 4년 전 교통사고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아들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는 것"이라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김기춘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인 아들 김성원씨는 의사였으나 지난 2013년 12월 31일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생존해 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항소심 결심(結審) 공판에서 김 전 실장은 최후 진술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북한과 종북 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왔다"면서도 "제가 가진 생각이 결코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믿지만, 북한 문제나 종북 세력문제로 인한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본인을 비롯해 모든 피고인이 결코 사리사욕이나 이권을 도모한 것은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란 헌법적 가치를 위해 애국심을 갖고 성실히 직무수행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는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가 법적 문제가 돼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비서실장인 제게 책임을 물어주시고 나머지 수석이나 비서관들에 대해선 정상을 참작해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부연했습니다.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평소 제가 문화·예술에 대해 갖고 있던 소신과는 전혀 동떨어진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했다"며 울먹였습니다.

조 전 장관은 "제가 부임하기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선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수석으로 있는 동안 소통비서관실이 문체비서관실에서 보낸 명단을 검토한 사실을 알았다면 적어도 정무수석실이 더는 관여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함께 근무한 정관주 전 비서관과 신동철 전 비서관을 두고 "제가 무척 믿고 의지했던 두 분이 여전히 수의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가슴 아프다"며 "하늘이 허용해준다면 재직 당시로 돌아가 정무수석실이 관여한 그 순간을 바로잡고 싶다"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혐의는 무죄로,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3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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