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 7년, 조윤선 징역 6년 구형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특정 단체 등에 지원을 배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고등고시12회)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사법연수원23기)의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다.
19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등 7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김상률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57)에게는 징역 6년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 신동철 전 대통령 정무비서관(57)은 각각 징역 5년을, 김소영 전 대통령 문화체육비서관(51)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올해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이 공로상을 받은 뒤 밝힌 수상소감을 인용하며 블랙리스트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할리우드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들을 다 쫓아내면 예술이 아닌 미식축구나 종합격투기만 봐야 할 것이다"며 "권력자가 자기 지위 이용해 다른 사람 괴롭히며 우리는 모두 패배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은 권력 최상층부에서 단지 견해를 달리하거나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종북 세력으로 몰고 지원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운다는 명분 아래 그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 중에는 과거 군부독재에 항거한 사람도 있지만 그 당시에나 하던 행태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알량한 권력에 취해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앞서 1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주목된다. 특검은 항소심에서 올해 8월 청와대에서 발견된 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추가로 증거로 제출했고, 1심에서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증언했던 박준우 전 대통령 정무수석(64)도 증언을 번복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박 전 수석은 검찰 수사, 1심, 항소심까지 진술 내용이 변하고 있다"며 "여러 이해관계, 추가 수사 가능성 등으로 얼마든지 진술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실장 등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간의 공모관계도 인정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선고는 내년 1월 중에 이뤄진다.
[부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