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리인상에 채권형펀드 자금 `썰물`
입력 2017-12-18 17:35  | 수정 2017-12-18 20:03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글로벌 채권형 펀드 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달 들어 미국·중국 등 글로벌 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시장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하락)하면서 채권형 펀드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채권형 펀드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펀드 설정액 규모도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12월 7~13일) 신흥시장 채권형 펀드에서는 3억200만달러가 빠져나갔고 북미지역 채권형 펀드에서도 2주 연속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다. 선진국 채권형 펀드에는 15억5000만달러가 유입되면서 유입 감소가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난 것은 지난 8월 이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하는 채권형 펀드 설정액(공모·사모)은 지난달 23일 기준 99조8578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형 펀드 규모가 100조원 밑으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1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달 들어서만 지난 15일까지 1조8890억원이 유출되면서 올 들어 6조1440억원이 이탈한 셈이다.
특히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던 거액 자산가들이 자금을 옮겨 나가면서 공모펀드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심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공모펀드에서는 지난 한 주간(12월 11~15일) 1710억원이 빠져나가 지난 한 달간 7210억원이 이탈했다. 해외 채권형 공모펀드에서도 지난주 460억원이 순환매되면서 한 달 새 4190억원이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떨어지자 채권형 펀드 환매를 늘리면서 다시 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설정된 채권형 공모펀드 250개 상품의 대부분은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1%를 밑돌거나 마이너스 상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채권형 펀드 중에는 디폴트 상태가 나올 정도로 자금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호조로 인한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채권 투자는 손해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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