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文정부 집값 최고호재는 `규제 풍선효과`
입력 2017-12-18 17:29 
8·2 대책 발표 초기에 규제지역서 빠지면서 집값이 급등한 분당구 판교 아파트 일대. [매경DB]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봇들마을 8단지' 전용 84㎡가 12억원에 거래된 것이 확인됐다. 바로 옆 단지인 '봇들마을 7단지' 같은 면적 매물이 지난달 10억2800만원에 거래된 후 한 달도 채 안돼 1억원 높은 금액에 거래된 것이다.
분당구의 집값 상승세가 무섭다. 전용 84㎡ 가격이 판교 역세권과 선호학군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 최고 4억원가량 뛰었다. 분당구 전체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5.98%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작년 말부터 잇따라 쏟아져나온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풍선효과 또는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분당의 숨은 잠재력을 무시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분당은 강남 대체수요가 몰릴 수 있는 데다 생활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갖춰져 있고, 기업 입주도 많아 '직주근접' 메리트가 있다. 하지만 8·2 부동산대책에서 분당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됐다가 9월 추가 대책을 통해 황급히 포함됐다. 분당구 소재 A공인중개 관계자는 "초기 판교 광풍이 불었을 때보다 요즘 분위기가 더 뜨겁다"며 "봇들마을 7~9단지는 매물이 나온 후 1~2시간이면 모두 팔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미래에셋의 알파돔시티 투자와 정부의 판교테크노밸리 추가 조성 등 겹호재도 더해졌다.
규제의 풍선효과는 분당구만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기록한 송파구 역시 정부 규제가 삐끗해 대책 이후 춤추듯 집값이 오른 경우다. 5월 새 정부 출범 후 송파구 집값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오른 상승률 5.34%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는 8·2 대책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통한 과도한 시세차익을 근절하겠다'는 목표하에 재건축 아파트 거래 자체를 금지했다. 그러나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심의 통과가 임박했지만 사업시행인가까지는 시간이 남아 거래 금지를 피할 수 있었다. 거래가 아예 막힌 강남구 개포동이나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에 투자하려던 수요가 일제히 이곳으로 몰렸다. 올해 5월 14억원대 중반에 거래됐던 전용 76㎡ 매물은 11월 16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15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전용 81㎡는 현재 17억원대 중반까지 올라 있다. 정부가 한쪽 재건축을 틀어막자 다른 쪽 재건축으로 몰려 가격이 폭등한 사례다.
다만 재건축 아파트는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이 예정돼 있고, 추가 금리 인상 등 변수가 있어 시세가 계속 고공행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개발에 따른 기대수익이 높으면 정부 규제에도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며 "최근 시장은 거래량은 줄면서 호가 위주로 상승하는 후퇴기 구간으로 대출 규제 본격화와 입주 물량 증가, 금리까지 상승하면 아파트값 상승 탄력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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