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 中 차세대 지도자 천민얼과 오찬…광복군 총사령부 유적지 복원 합의
입력 2017-12-16 16:35 

충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만나 오찬을 함께하며 충칭시 독립운동 유적지 가운데 하나인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 사업을 재개한다는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장궈친 충칭 시장님이 사령부 터를 조속히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한국과 충칭의 관계 발전을 위해 한국도 진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 서기는 "충칭시는 중한관계 우호협력을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하겠다"며 "충칭 내 한국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보호하기 위해 연구하고 충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광복군 사령부터 복원 사업은 이전 정부에서 합의됐으나, 사드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으로 중단됐다. 문 대통령은 14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령부 터 복원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요청했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을 떠돌 때 충칭시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한국의 독립운동은 중국 국민의 의지 속에서 가능할 수 있었고 그때 나라를 되찾으려는 한국 국민의 마음과 나라를 지키려는 중국 국민의 마음은 하나였고 이것이 오늘날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인연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천 서기와 오찬에 앞서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유적지를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간담회를 하며 "우리는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본다"며 "그래서 2019년은 3·1 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대한민국의 법통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다"고 했다.
이는 임시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건국일로 해야 한다며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았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건국 100주년이 되도록 우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제대로 기념하고 기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고 "그래서 100주년 기간에 국내에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려고 한다. 부지는 마련돼 있어 정부가 모든 힘을 다해 조기에 기념관이 지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 청사는 다행스럽게 충칭시의 지원 덕분에 잘 보존돼 노력해 주신 충칭시와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도 "아직 광복군 총사령부는 복원되지 못했다. 복원하기로 양국 정부 간 합의한 바가 있었는데, 그간 양국 관계가 좀 주춤하면서 제대로 진행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도 시 주석과 정상회담 때 다시 한 번 지적하고 말씀드렸고, 시 주석도 (그러자고) 했다"며 "총사령부 건물도 이른 시일 내에 복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 와서 보니 우리 선열들이 중국 각지를 떠돌면서 항일 독립운동에 바쳤던 피와 눈물, 혼과 숨결을 잘 느낄 수 있었다"며 "선열들의 강인한 독립의지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말 여기 와서 보니 가슴이 멘다.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 나라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2019년에 맞이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 100주년의 정신을 제대로 살려내는 게 국격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중 마지막 일정을 충칭에서 소화한 배경에는 다층적 고려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후 경색됐던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중국 서부 경제개발의 중심지인 충칭을 방문하는 것은 중국을 배려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실리도 취할 수 있는 '일석다조' 행보라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대통령의 충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칭은 중국을 중심으로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추진하기 위한 중심 무대다.
중국 언론이 문 대통령의 방중을 비중 있게 다루는 상황에서 충칭 방문만으로도 일대일로는 다시금 각별하게 조명받을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시 주석을 배려함으로써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대일로 정책을 통한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포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역시 16일 충칭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산업협력 포럼에서 "일대일로 구상과 신북방·신남방 정책의 연계는 양국을 비롯한 역내 평화와 공동번영을 실현하고 인류 공영을 이끄는 힘찬 물결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충칭 방문에서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 서기를 만난 것도 향후 한중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장기적 안목의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천 서기는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25인의 중앙정치국원 반열에 오른 인물로,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힌다.
천 서기는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충칭을 방문하시는 데도 이곳의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깊은 식견을 갖고 계시다"며 "충칭에 대한 대통령의 중시를 느낄 수 있어 감동했다"는 말로 사의를 표시했다.
아울러 충칭은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에 요충지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곳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생산활동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충칭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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