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없는 대한민국, 너무 재미없지 않나요?"
일상이 반복되는 단조로움 삶을 보내는 20·30세대에게 '취미 전도사'를 자청하는 이가 있다. 막상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어떤 것을 해야할지 막막한 이들에게는 마치 산타크로스 같은 존재다. 취미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매월 새로운 취미를 선정해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상자를 구성해 보내준다. 자체적인 PB상품을 구성해 국내 처음으로 취미 배달 서비스를 선보인 도현아(사진) 대표가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는 낯선 개념 중 하나인 취미박스를 고안한 그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본인의 취미'를 묻는 질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하비박스 사옥에서 도 대표를 만난 본 기자의 첫 질문 또한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도 대표는 "취미는 무엇보다도 '재미'가 전제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제게 '사업'(하비박스)은 늘 새롭고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취미인 셈"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여가 시간을 떼우는 활동이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느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취미'의 개념을 폭넓게 생각한 것이다. 하비박스도 바로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도 대표는 "고등학교 때 힘들게 공부하고 대학을 갔더니 공부와 시험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단조로움을 느꼈다"면서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보내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또 많은 사람들이 삶과 여가의 균형을 찾으면서 함께 나누는 가치를 제공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작정 '해야 할 일'을 던져주는 게 아니다. 통상 수십개 질문을 베이스로 한 자체 취미분석 서비스를 통해 개개인 성격과 심리유형에 맞는 적절한 취미를 추천한다. 즉흥적·외향적인 사람에겐 드론과 마술을, 활발하고 창의적인 사람에겐 악기·건담 등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도색·조립용품, DIY 등의 샘플러들 유형에 따라 취미박스를 구성해 정기배송해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삶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내 유형별 분석을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는 고민과 선택의 비용을 줄이는 한편 매달 신선한 취미를 만나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하비큐레이터'로 불리는 전문가 집단들은 매달 자신만의 취미박스를 기획, 정기배송 서비스를 실시한다. [사진제공 : 하비박스]
박스 구성도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다. 이른바 '하비 큐레이터'로 불리는 이들은 오로지 취미를 만들기 위해 모인 전문가 집단이다. 직종도 다양하다. 건축가, 드론 전문가, 피규어 조립가, 요리사 등 각각의 하비 큐레이터들은 매 달 새로운 콘셉트로 무장한 자신만의 취미 박스를 기획한다. 이들이 만든 박스를 매달 정기 구독자들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이다.도 대표는 하비 큐레이터들과 취미박스를 만드는 것을 '하나의 놀이'라고 표현했다. 딱딱한 업무가 아닌 자유롭게 얘기하고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이야기하다보면 기존에 없는 기발한 취미 박스가 탄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고 함께 재밌는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깜짝 놀랄만한 취미박스가 만들어질 때가 많다"면서 "사람들에게 여유를 선사하고 재미를 주기위해 시작한 하비박스가 딱딱한 회의를 통해 나올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20대 경영자의 열린 생각을 그대로 관통했다. 하비박스는 지난해 11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정식 서비스를 선보인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흑자 결실을 내고 있다. 개인 소비자는 물론 업체들의 러브콜도 쏟아진다. 삼성전자가 임직원 취미를 지원하는 '취미 활동 페어'를 기획·진행한 곳도 하비박스다. 이외에도 교보문고와 함께 '하비랩'을 운영하기도 했다.
도 대표는 "더 큰 서비스 제공을 위해 내부적으로 약 200여명으로 하비큐레이터들을 확대·충원하고 새로운 콘셉의 취미를 선보이기 위해 내년 2월 리뉴얼 오픈을 앞두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B2C 사업에도 적극 나서면서 '취미=하비박스'라고 불리는 것이 목표"라고 웃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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