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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기 2배 올라도…고수 눈엔 저평가株
입력 2017-12-15 16:07  | 수정 2017-12-15 17:32
매경·NH투자證 PEG 분석
올해 주가가 급등해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종목도 내년 투자 '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최근 증권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전통적 수익 지표 중 하나인 '주가이익증가비율(PEG)'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저평가 종목이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올해 주가가 두 배 오른 삼성전기의 경우 이 기준에 따르면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내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 상장사로 꼽히고 있다.
15일 매일경제신문과 NH투자증권이 내년 PEG 추정이 가능한 상장사 555곳을 분석한 결과 PEG 1배 이하 종목이 361곳(65%)에 달했다. PEG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로 나눈 값이다. PER가 10배인데 순이익 증가율이 10%라면 PEG는 1배가 된다.
미국 월가의 전설적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PEG가 1배이면 적정하고 0.5배 이하면 저평가돼 매수할 만한 종목으로 꼽았다. 이 지표는 주식시장이 강세일 때 실적이 증가하는 '성장주' 가치 판단에 주로 쓰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PEG 지표는 1년 후 실적 성장성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고르는 데 유용하다"며 "PEG가 같아도 고PER주는 투자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PEG 이외에도 최고경영자(CEO)의 사업계획, 매출성장률, 배당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자부품 업체 삼성전기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3일 까지 무려 97.2% 올랐다. 작년 말 대비 주가가 2배 오른 셈이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도 43.6배다. 일각에선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통상 1년 후 실적 예상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PEG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기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내년 EPS가 올해 보다 12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기준 삼성전기 PER는 19.8배로 낮아지고 PEG는 0.16배로 추정된다. 린치의 '절대 매수 구간'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 지표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기는 올 들어 주가가 급등했어도 순이익 증가율이 이를 만회하고도 남아 내년 전망이 좋다는 얘기다. 삼성전기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생산해 주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공급하고 있다. MLCC는 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널리 쓰인다. 최근 '아이폰X'을 비롯한 고성능 스마트폰이 쏟아지며 MLCC 가격이 급등해 삼성전기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쓰임새 가운데 사진 촬영 비중이 높아지면서 '듀얼카메라(두 대의 카메라가 동시 촬영)' 수혜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듀얼카메라 모듈은 올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에 첫 적용돼 호평을 받고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갤럭시S9의 경우 출하량이 갤럭시노트8의 3배 정도에 이를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까지 삼성전기 듀얼카메라 탑재를 검토하고 있어 큰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2차전지(배터리) 업체 삼성SDI는 올해 주가상승률이 104.7%로 삼성전기보다 더 올랐다. 그러나 내년 순이익이 증가하며 PEG는 0.22배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대비 내년 EPS 증가율이 60.8%에 달해 PEG 수치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호전 전망에 따라 삼성SDI의 내년 순이익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 사업이 실적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적자를 기록해온 중대형 배터리 사업(연간 매출의 20%)마저 턴어라운드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를 갖고 있어 내년 이 업체의 실적 일부를 삼성SDI의 순이익에 반영할 수 있는 '보너스'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주가가 96.8% 올랐지만 여전히 다른 게임주 대비 저평가됐다는 의견이다. 내년 PEG도 0.39배로 낮은 편이다. 삼성전기·삼성SDI·엔씨소프트로 이어지는 저평가 '삼인방'은 올해 주가가 두 배 올랐다는 점과 PEG 0.5배 이하, 외국인 순매수 종목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올 들어 12일까지 1조원이 넘었다.
■ <용어 설명>
▷ 주가이익증가비율(PEG·Price Earnings EPS Growth Ratio) : 주가수익비율(PER)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로 나눈 수치로 이익 성장률이 높을수록 그 값이 낮아진다. 미국 월가의 전설적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종목 발굴 때 이 수치가 0.5배 이하 종목을 위주로 투자해 자신이 운용하는 마젤란 펀드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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