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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말뫼의 부활`…폐조선소를 마리나로
입력 2017-12-14 17:29  | 수정 2017-12-14 19:31
도시재생 시범사업 68곳 선정
2002년 9월, 수십 년간 스웨덴 말뫼의 랜드마크였던 138m 높이의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이 한국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약 1160원)에 팔렸다. 스웨덴에선 '말뫼의 눈물'이라며 1980년대 조선산업의 쇠퇴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해당 조선소 용지와 인근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IT,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했고 말뫼는 IT 스타트업 기업 500여 개가 입주한 새로운 산업도시로 부활했다. 말뫼의 부활은 쇠퇴한 산업도시 위기를 살린 도심재생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서도 도심재생을 통해 폐조선소 용지를 관광자원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시작됐다. 경남 통영의 옛 신아에스비조선소 터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관광·첨단산업 거점으로 바꾸는 사업이 문재인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14일 제9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내년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68곳을 선정했다. 시범사업 지구는 우리 동네 살리기(17곳), 주거지 지원(16곳), 일반근린형(15곳), 중심시가지형(19곳), 경제기반형(1곳) 등 5개 형태로 나눠 추진된다. 공공기관 제안 등 중앙에서 24곳, 광역지자체에서 44곳을 선정했으며 사업비 규모는 모두 6조7000억원이다. 지자체별로는 경기도가 8곳으로 가장 많고 전북·경북·경남이 각 6곳으로 뒤를 이었다. 전남과 인천이 5곳 선정됐고 부산·대전·강원·충남은 4곳, 대구·광주·울산이 3곳씩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제주도와 세종시는 각각 2곳과 1곳이 선정됐다.
사업비는 광역지자체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 50대50 매칭 비율이 적용되고 일반 시·군은 국비가 60%로 높아진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지는 경제기반형 모델로 뽑힌 경남 통영시의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다. 정부가 2월 발표한 '남해안 발전 거점 조성방안'에 따른 결과물로 통영시 도남동 195 일대 옛 신아조선소 용지(면적 50만9687㎡)를 활용해 문화·관광·해양산업 거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1조1041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곳에 도크메모리얼 해양공원 등 관광명소와 해양기술 융·복합 R&D센터, 크루즈·마리나 창업센터 등을 만들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일자리가 1만2000개 만들어지고, 280억원 정도 소득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시범사업지들은 지역별 특색을 살린 사업들을 '도시재생 키워드'로 내세웠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목포시는 300여 개에 이르는 근대 건축물을 활용해 근대역사 체험길을 조성하고 수익형 창업을 유도한다. 경남 하동군은 섬진강 인근 폐철도공원과 송림공원을 연계한 광평역사문화 간이역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카페테리아 등 마을 수익사업을 운영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인천 부평구는 미군부대 반환 용지를 사들여 일자리센터, 혁신오피스 등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스마트 시티형 도시재생 사업도 5곳을 선정했다. 이들 사업지에는 30억원의 추가 사업비를 지원한다. 부산 사하구는 경로당 등 커뮤니티 공간에 전력을 지원할 때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다. 또 스마트 쓰레기 집하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지진 피해를 겪은 경북 포항시도 중심시가지형 사업에 선정됐다. 북구 동빈1가 일대 20만㎡에 1176억원을 투입해 주민들의 공용 공간을 만들고 노후 주택 정비 등을 통해 임대주택도 보급한다. 중앙초등학교 용지에는 문화예술 팩토리 등 문화 공간이 만들어지고, 북구청 용지엔 청년창업 플랫폼 등 창업지원 시설이 들어선다. 이 밖에 경기 광명시 등은 노후 주거지를 정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세종시 조치원읍은 주민 주도 거버넌스를 구축해 주민 참여형 사업을 펼친다. 경기 남양주시는 홍유릉 복원 사업과 더불어 주차, 자전거, 키오스크 등에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다.
가장 규모가 작은 우리동네살리기형(5만㎡ 이하)에는 인천 동구와 경기 안양시 등이 포함됐다.

인천 동구 화수동 7-36 일대 2만1277㎡에 193억원이 투입돼 공공임대와 쉼터, 사랑방, 무인택배함 등 공공이용시설이 조성되고 공·폐가를 주차장 등으로 개조한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들은 내년 2월 선도지역으로 지정 후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선정되지 않은 사업도 내년 이후에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시범사업 중 추진이 더딘 곳은 재정 지원을 중단하거나 선도지역 지정을 취소하는 불이익을 준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 도시재생 뉴딜 중장기 계획을 담은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수립한다. 로드맵에서는 노후 주거지 정비 방안, 혁신 거점 조성 방안, 지역 거버넌스 활성화 방안 등 주요 정책 과제가 구체화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2019년도 사업지 90~100곳을 선정한다.
한편 선정 과정에서 원래 예정됐던 고양시 후보지가 한 곳 빠져 눈길을 끌었다. 공공기관이 제안한 프로젝트로, 고양시에 시범사업지 3개가 몰려 있다는 지적이 회의 때 나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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