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근혜-최순실 통화 음성 법정에서 첫 공개…崔 국정관여 정황 드러나
입력 2017-12-13 15:14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의 각종 정치활동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최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 96회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정호성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48)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박 전 대통령, 최씨 및 정 전 비서관 사이의 대화 음성파일을 콤팩트디스크(CD) 형태로 제출해 법정에서 재생했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간의 국정농단 관련 혐의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취지다.
재생된 CD에 따르면 2013년 2월 17일 세 사람은 취임사에 밝힐 새 정부 국정기조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박 전 대통령은 "손학규의 '저녁 있는 삶'이 인기를 끌었다 내용이 좋아서"라며 "경제부흥보다 저녁이 있는 삶처럼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자 정 전 비서관이 "'경제부흥' 단어를 선생님(최씨)께서 처음 말씀하셨는데 한동안 많이 안 쓰던 단어인데 처음 딱 보니 먹힐 것 같다"고 답변한다. 이에 최 씨도 "경제부흥은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실제 경제부흥은 취임사는 물론 임기 내내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자주 박 전 대통령 연설문에 등장했다.

2013년 10월 불거진 국가정보원과 군의 대선개입 논란을 대응하는 과정에도 최씨가 관여한 정황이 공개됐다. 당시 청와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은 같은해 11월 2일부터 유럽순방을 떠날 예정이었다.
10월 27일 최씨는 "가기 전에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해서 당부 말씀을 하고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거 같다"며 회의 일정을 잡을 것을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다. 이후 대수비는 같은달 30일 열린다.
대수비에 앞서 10월 28일 정 총리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담화 하루 전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유민봉 정책조정수석이 대국민담화 1안 오전 10시, 2안 오후 2시라고 알려왔다"고 말한다. 이에 최씨는 "오전에 하기로 했는데"라고 답한다. 실제 이 담화는 오전 10시에 발표된다.
이 음성 파일에 대해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68·사법연수원 4기)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아이디어에 따라 국정기조를 정했다는 것은 당시 대통령을 당선시킨 1200만 주권자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며 "녹음 파일 하나로 비선실세다, 국정을 흔들었다는 식으로 비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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