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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승점제’의 미학…지면서 이득 볼 수 있고, 이기면서 손해 볼 수 있다
입력 2017-12-13 12:30  | 수정 2017-12-13 14:04
차등승점제는 승률이 아닌 승점으로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사진=도드람 2017-2018 V-리그 대회 요강
[매경닷컴 MK스포츠 박윤규 객원기자] ‘장충남매 우리카드와 GS칼텍스의 팬이라면 현재 순위에 조금 억울함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12일까지 진행된 3라운드 현재 우리카드는 승점 14점(5승 9패)으로 남자부 6위, GS는 승점 11점(5승 7패)으로 하위권에 쳐져있다. 남매의 바로 위에는 남자부 5위 한국전력이 승점 21점(6승 9패), 여자부 4위 KGC인삼공사가 승점 16점(5승 7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을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승패 차이는 고작 1승이거나 없기까지 한데도 불구하고 승점 차이는 무려 7점, 5점으로 벌어져있기 때문. 현 상황에서는 장충남매가 한국전력, 인삼공사에 1승씩을 더 얻어내더라도 순위를 뒤집을 수 없다. 심지어 GS의 경우 최하위 흥국생명에 비해 2승이나 더 거뒀는데도 불구하고 승점이 같은 상황이다(흥국생명 승점 11점 3승 9패). 남매는 13일 함께 6승에 도전하는데, 두 팀 모두 셧아웃으로 쾌승한다고 해도 각각 승점 17점, 14점으로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원인은 바로 ‘차등승점제다. 차등승점제란 승률이 아닌 승점으로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 대회 요강을 보면, 제3장/경기운영 제22조(정규리그 순위 결정방식)에서 규정을 확인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풀세트 이전에 승부가 난 경우, 즉 세트스코어 3-0 또는 3-1로 끝난 경우 승리한 팀에게는 승점 3점이, 패배한 팀에게는 승점 0점이 주어진다. 반대로 풀세트에서 승부가 난 경우, 즉 세트스코어 3-2로 끝난 경우 승리한 팀에게는 승점 2점이, 패배한 팀에게는 승점 1점이 주어진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무기력한 패배로 끝나는 경기를 줄여 팬들에게 박진감을 선사하고자 2011년 7월부터 기존 룰을 개정해 차등승점제를 도입했다. V-리그 역시 곧바로 제도를 받아들여 2011-2012 시즌부터 차등승점제를 실시했다. 제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많은 팀들은 크게 지고 있더라도 승점 1점을 위해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풀세트 접전과 역전의 명승부가 쏟아졌다.
하지만 올 시즌 장충남매는 이 제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13일 3라운드 현재 14경기에서 5승 9패를 거두고 있다. 이 중 승점 3점을 온전히 획득한 경기는 고작 3경기에 불과하며, 승점을 한 점도 따내지 못한 경기는 8경기나 된다. GS는 한술 더 떴다. 12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한 경기는 겨우 한 경기. 나머지 4승은 모조리 풀세트 승리였으며 패배한 7경기에서는 단 1점의 승점도 거두지 못했다. 최하위 흥국생명이 9패를 당하는 와중에도 승점 3점을 따낸 것과 크게 대조된다.
우리카드와 GS칼텍스는 올 시즌 이와 같은 차등승점제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아직 시즌 중반에 불과해 봄 배구와 멀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비효율적인 승점 싸움을 벌이는 것은 시즌 막판 순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012-2013 시즌에는 여자부 현대건설이 16승 14패로 승점 50점을 획득, 17승 13패로 승점 48점에 그친 도로공사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며, 2015-2016 시즌에는 현대건설이 17승 13패(승점 53)로 18승 12패(승점 48)의 흥국생명에 앞선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해 흥국생명은 하마터면 3패나 뒤진 15승 15패(승점 47)의 GS에 3위를 내줄 뻔 하기도 했다.
올 시즌 장충남매를 지켜보는 팬들이라면 이런 비효율에 갑갑함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이러한 비효율의 발생은 분명 매력이다. 풀세트에서 분루를 삼켰던 기억도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승점 1점의 기록으로 바뀐다. 지면서도 이득을 볼 수 있고, 이기면서도 손해를 볼 수 있다. 승률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차등승점제만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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