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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보존·한강변 높이 제한 고집…수십년간 `현상유지` 만 하는 서울
입력 2017-12-11 17:51  | 수정 2017-12-11 21:59
◆ 새 성장동력 'Greater서울' (中) ◆
서울의 도시 개발은 보존과 높이 규제라는 이중 덫에 걸려 있다. 글로벌 도시들의 '메가시티' 경쟁 속에서 서울은 스스로 '현상 유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겹규제 방식의 도시 관리를 고수하고 도심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면 서울의 경쟁력이 수십 년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서울 내 지역별 거점을 형성할 대규모 개발 사업은 보존형 도시재생으로 대체된 상태다. 서울시가 펴낸 '도시재생 함께: 디지로그'에서 시는 세종로 일대 재생 사업의 기조로 '서울의 원풍경 회복'과 '역사문화자원의 복원'을 내세웠다.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에서 일본 등 선진국들이 단행한 도시재생 사업은 우리나라에서는 마을 단위 소규모 보존 사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시재생은 '마을 재생'과 더불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규모 개발 사업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투자를 유치해 해당 지역 전체 인프라 기반까지 개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 정부와 서울시의 초점은 마을 단위에 공공의 재원을 투입해 골목과 가로변을 정비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교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하면서 주변 인프라까지 개선하는 옛 한전 용지 개발 방식이 이상적인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GBC를 제외하면 서울 내 랜드마크급 건축물에 대한 허가나 착공 사례는 없다. 서울시의 중점 사업인 세운상가 재생 프로젝트도 상가 일대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추진됐던 도심 속 랜드마크 계획은 백지화된 상태다. 역사 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로 높이 제한이 적용되면서다. 2004년 서울시는 세운4구역 건축계획안을 수립하면서 최고 높이 122.3m(36층) 규모의 주상복합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코리아의 권고와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의 높이 제한(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 따라 세운4구역 개발 사업은 반 토막 났다.

정부와 서울시는 최근에는 용산공원 옆 층고 제한을 예고하며 '한국판 센트럴파크'에 대한 기대감을 꺾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롯데월드타워 같은 랜드마크가 들어서면서 관광 자원화로 인해 도시 경쟁력 제고가 가시화됐다"며 "28년간 여의도 63빌딩이 서울의 최고층 건물이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개발사의 흑역사"라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는 개장 후 2021년까지 연평균 5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휴용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중첩된 높이 규제가 난무해 도시의 '사이즈 업(up)'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주거·업무·상업이 복합돼 새 성장동력을 견인할 '제2의 강남' 발굴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서울 전역에서 35층 이상 높이의 아파트를 지을 수 없도록 한 서울시 높이 제한 규제가 주거지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 2030 서울플랜과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원칙에 따르면 서울 내에는 상업지역과 일반주거지역 구분 없이 아파트를 35층 이상 건축할 수 없다. 일부 도심과 광역중심 지역 등에서 복합건물 시설을 지을 때만 51층 이상(상업·준주거)과 50층 이하(주거지역)를 건설할 수 있다.
한강변 아파트는 35층마저 불가능하다. 2030 서울플랜과는 별도로 서울시에서 마련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강에 연접한 공동주택은 15층 이하라는 높이 제한을 적용받는다.
롯데그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건설한 롯데센터는 지역 랜드마크가 돼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종국 롯데베트남 대외협력단장은 5년 건설 기간에 18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준공 후 정규 고용인원만 최소 3000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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