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바이오 열풍에…복제약株 잇단 코스피 노크
입력 2017-12-11 17:45  | 수정 2017-12-11 20:11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기존 상장사를 이용한 우회 상장 방식으로 코스피에 입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투자 열기를 자극하자 다른 바이오시밀러 업체도 코스피 상장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는 상장 자체가 어려운 코스피 규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통신장비 업체 암니스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은 72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5590원 대비 29.87% 오른 가격이다. 이날 장 개시 전 폴루스홀딩스가 암니스의 3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가한다고 공시한 것이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암니스는 425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할 계획이다. 폴루스홀딩스가 암니스 최대주주가 되면 사명도 폴루스바이오팜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아울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경험을 쌓은 경영진을 신규 선임한다. 내년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남승헌 폴루스 대표이사, 박주호 폴루스 운영총괄사장, 남주헌 폴루스 부사장, 김철현 폴루스 상무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폴루스는 치료용 단백질 바이오시밀러를 자체 개발하는 회사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다른 경쟁사와 다르게 치료용 단백질을 개발하는 특징이 있다. 폴루스는 경기도 화성시에 4만7933.8㎡(1만4500평) 규모 대단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말부터 첫 바이오시밀러 제품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2021년 첫 제품을 국내외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 에이프로젠이 나라케이아이씨를 인수해 코스피 우회 상장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암니스와 마찬가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CB 발행을 이용했다. 에이프로젠은 앞서 직상장이 좌절되자 관계사 슈넬생명과학과 에스맥을 통한 우회 상장도 고려한 바 있다.
우량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코스피 우회 상장을 택하는 이유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시설과 임상에 많은 초기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매출 발생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적자 기업 상장을 받아주는 코스닥과 달리 코스피 상장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우회 상장을 택한다. 우회 상장으로 지분을 넘기는 기업 역시 기업가치를 올리는 기회가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시가총액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코스피 상장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대규모 설비 투자용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투자자들 반응도 좋다. 실제로 나라케이아이씨 주가는 지난달 9일 238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으나 에이프로젠이 우회 상장하기로 했다는 공시 이후 급등해 11일 종가는 479% 오른 1만1400원을 기록했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회사는 기술특례 상장이 되지 않으면 매출이 나오기까지 자금이 부족하다"며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도 "바이오시밀러 사업 자체가 자본 집약적이다. 임상시험에 돈이 많이 들고 이는 셀트리온도 마찬가지"라며 "매출이 나야 상장을 할 수 있는데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그게 어렵다. 우회 상장을 택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반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상장이기에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정상적으로 상장하기에는 시간도 걸리고 실적도 부족해 우회 상장을 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선 수석연구위원 역시 "우회 상장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본업을 통해 상장하는 게 아닌 데다, 기존 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하지 않은 회사의 주주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희영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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