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선 옥죄는 비트코인…美선물거래 첫날 두차례 서킷브레이커
입력 2017-12-11 17:33  | 수정 2017-12-11 23:38
비트코인 美 선물거래 개시
'암호화폐 대표주자' 비트코인이 선물거래 첫날부터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일시 거래정지(서킷 브레이커)되는 상황에 처했다. 사설 거래소가 아닌 제도권 시장에서도 광란의 질주를 이어가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을 노출한 것이다.
비트코인 선물은 10일 오후 6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11일 오전 8시) 세계 주요 파생상품 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20% 이상 급등했고 두 번째 일시 거래정지를 경험했다. 그에 앞서 10%를 넘어선 저녁 8시 31분께 첫 번째 중단 조치가 2분간 취해졌다. CBOE는 비트코인 선물가격 등락폭이 10%를 넘으면 2분간, 20%를 넘으면 5분간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개장 직후에는 비교적 순조로운 흐름을 보였다. 1만5460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 내년 1월물 선물계약은 장 초반 1만6660달러까지 올랐다가 1만6000달러를 전후로 진정 기미를 보였다. 장 초반에는 비트코인 현물보다 1000달러가량 높은 가격에 선물이 거래됐다. 밥 피츠시먼스 웨드부시증권 선물매니저는 "개장 초반 몇 분간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150건 정도 성사됐는데 이는 조용한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2시간 뒤 시장 참여자들이 분위기 파악을 끝내자 본격적인 입질에 들어갔고 비트코인 특유의 상승 본능이 바로 분출됐다. 조 반 헤케 그레이스홀트레이딩 매니징파트너는 "거래하기가 꽤 쉬웠다"는 말로 '워밍업'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밤 10시 15분께(미국 동부시간) 비트코인 1월물 선물은 1만7780달러에 달했고 거래 건수도 1739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1만8000달러 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나임 아슬람 TF글로벌마켓 수석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거래에 대한 확신이 커지면서 선물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관망세를 띨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 관측을 무색하게 만든 셈이다. 선물가격이 뛰면서 현물가격도 덩달아 상승해 순식간에 1만6000달러대를 회복했다.
이날 개장 전 월가 관계자들은 선물거래가 비트코인의 거래 안정성을 높여줄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투기적 과열 양상을 달래지는 못했다. 오는 18일에는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을 선보인다. 나스닥은 내년 초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거래는 상품의 미래 가격을 예상해 미래의 가치를 현시점에서 사고파는 것으로 금, 곡물, 원유처럼 비트코인도 선물 파생상품에 포함되면서 2009년 출범 이후 8년 만에 제도권에 진입하게 됐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기준으로 비트코인 선물가격이 매겨지며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1회 거래 한도는 5000개로 제한된다.
CBOE는 이날부터 'XBT'라는 코드로 비트코인 선물의 시간 외 거래를 시작한 뒤 정규 거래를 이어갔다. 정규 거래 시간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15분까지다. 비트코인 선물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CBOE 웹사이트에 동시 접속하는 사람이 급증하는가 하면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은 전문 투자자와 금융기관 참여를 촉진해 변동성을 한층 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해진 규정에 따라 투자 행태가 통제되는 기관 참가자들이 본격 가세하면서 가격 변동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동시에 촉발시켰다.
상당수 전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거래와 함께 선물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헤지 거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비트코인의 투명성과 거래 안정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도권 선물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8일 2400만원대로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틀 만인 10일 40% 이상 폭락해 1300만원대로 떨어졌다가 하루 만에 다시 1900만원대를 회복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선물거래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비트코인 시세가 되살아나고 투자 심리가 진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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