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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혜성 "현실 금기 담은 `매드독`, 지금 아니면 못 나왔겠죠"
입력 2017-12-11 07:01  | 수정 2017-12-19 19:52
김혜성은 '매드독'에서 천재 IT 기술자 온누리 역을 맡았다. 제공| 나무엑터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2 드라마 '매드독'은 비행기 사고로 얽힌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다뤘다. 전작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이 '한국 드라마 역대 최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를 쓴 가운데 KBS 드라마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 했던 이 작품은 '월화극 시청률 1위'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매드독'은 보험 범죄를 통한 한국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법망을 벗어나 사건을 뒤쫓는 매드독팀 캐릭터들은 이야기만큼이나 강렬했다. 김혜성(29)은 매드독팀의 기계 개발과 IT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온누리 역할을 맡았다.
"2주 연속 시청률 1위를 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쉽게 10% 시청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요. 드라마를 중간부터 보신 분들은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평가도 하셨어요. 그래도 김수진 작가님이 입봉작임에도 힘을 잃지 않고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가셨죠."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낮에는 야외활동을 하지 못한 온누리는 여러 기기를 잘 다뤄 '펜티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현장에 나간 매드독팀의 눈과 귀가 됐다. 최강우(유지태 분), 김민준(우도환)이 비행기 사고를 다시 조사하면서 온누리 아버지인 온주식 지검장이 부실 비행기 허가를 내주는 데 압력을 가한 것을 밝히기도 했다.
"컴퓨터를 담당하고 정보 전달을 하는 역할로, 돋보이지는 않아도 극의 중심으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했죠. 온누리는 원래는 12회에서 최강우를 대신해 죽는 것으로 돼 있었어요. 작가님이 제가 연기하면서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온누리가 끝까지 나오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온누리는 죽음을 맞이할 순간에 극적으로 중심에 섰다. 김민준을 대신해 칼을 맞거나 비행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최강우 김민준에게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며 눈물을 쏟았다. 김혜성은 "캐릭터 이야기가 많아지다 보니 부담도 있었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소감을 말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방송 초반보다 온누리에게 힘이 실렸고, 김혜성도 이전보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매드독'에서 주한항공은 부실 항공기를 띄웠고, 태양생명은 비행기 부조종사이자 김민준의 형 김범준이 우울증으로 자살 비행을 했다며 사고의 원인을 뒤집어씌웠다. 두 기업에 청탁을 받은 공무원과 지검장은 진실을 감췄다. 반면 최강우는 힘없이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었고, 김민준은 2년 동안 7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피의자 가족으로 살았다.
"현실에서 금기됐던 모습들을 드라마를 통해 전한 거죠. 지금 분위기가 아니었으면 드라마가 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매드독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는 기사를 (유)지태 형이 메신저 단체방에 올렸죠. 배우들이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은 드라마를 했구나'라고 느꼈어요."
매드독은 온누리와 최강우 김민준을 비롯해 장하리(류화영), 박순정(조재윤)이 모인 팀이었다. 박순정은 조직 폭력배 출신이지만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한 인물이었고, 장하리는 체조선수 출신이자 상대를 유혹하는 특기가 있었다. 각자 사연은 달랐지만, 독특한 개성을 가진 건 같았다.
"(조)재윤이 형을 빼고는 다들 낯을 가리더라고요(웃음). 재윤이 형이 조용한 걸 못 참는 성격이어서 촬영하면서 힘을 불어넣었죠. 류화영에게는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첫 리딩 때부터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대단한 친구죠."
김혜성은 귀공자를 연상케 하는 외모와 달리 부산 출신의 상남자다. 그는 온누리와 김민준이 침대에 함께 누워 우애를 나눴던 장면에 대해 "재밌게 촬영했는데, 방송으로 봤을 때는 오글거리고 재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김혜성 얼굴에는 여전히 '거침없이 하이킥'의 잔상이 남아있지만, 실제로는 말수나 애교가 없는 성격이다.
"지금까지 밝은 역할만 해서 다른 분들도 그런 시선으로 저를 보는 것 같아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모습을 깨야 하는 게 연기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죠. 온누리 같이 어두운 캐릭터를 하다 보면 제가 투영되는 캐릭터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매드독' 중간에 사라질 뻔한 온누리는 김혜성이 배우로서 다시 힘을 내는 발판이 됐다. 지난 2005년 데뷔한 후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잃을 때도 있었던 그에게 '매드독'은 중요한 시기에 만난 드라마였다.
"평소에는 칭찬을 안 하던 친형들이 '동생이 괜찮게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연기할 때 조금 더 차분해진 듯해요. 드라마에 누가 되지 않았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을 보여줬죠. '매드독'을 만나 '배우 일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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