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증후군' 소동으로 서울 용산구 사옥 입주 시기를 연기했던 아모레퍼시픽 전 직원이 오는 11일 입주를 재개, 신사옥에 복귀한다. 지난달 20일부터 이사 준비를 끝냈던 임직원들은 개인 노트북 등 간편한 짐만 챙겨 이전 근무지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 복귀 후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부서 특성에 따라 일부 직원들은 외부 근무나 재택근무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이 때아닌 '떠돌이 신세'가 된 것은 신사옥 내부 공기질 악화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서 안전에 대한 불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7일 아모레퍼시픽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신사옥 입주 첫날 상당수 직원들이 눈 따가움·피부 트러블·어지러움 증세를 보이는 등 안전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는 다음날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며 긴급 처방을 했으나 새집증후군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둘러 이전 본사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조정했다. 또 증상이 심한 직원에 한해 재택 근무에 들어가고 임산부 등은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당초 회사는 ▲1차 입주(11월 20일~12월 1일) ▲ 2차 입주(11월 27일~12월 초)로 시기를 나눠 전 부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무리 작업이 길어지면서 공용 공간의 경우 여전히 내부 마감 공사가 한창이다. 사옥 로비를 비롯해 저층부와 지하 상업공간 또한 인테리어 자재들이 펼쳐져있다. 현재 오피스 공간은 공사가 끝나 각 부서별 장비와 개인 짐들은 사전에 옮겨 놓은 상태다.
한 내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공기청정기계도 아니고 숨쉬며 유해물질을 폐로 정화하는 느낌"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사옥이 '고문같다'고 털어놓는 사람도 있다"고 조심스레 고백했다.
'3번째 용산시대'를 선포하며 신사옥 입주에 기대감을 높였던 회사는 시작부터 건물 안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이번 신사옥을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여겼던 만큼 회사 측은 마무리 작업에 속도를 내 연말 안으로 용산 입성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신사옥 불안감에 대해서도 공기질 검사 기준치를 충족하고 문제가 될 만한 부분도 해결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막 공사가 끝난 새 건물이다보니 기존 건물과 근무 환경이 다를 수 있다"면서 "베이크아웃(새로 짓거나 개·보수작업을 마친 건물 등의 실내 공기온도를 높여 건축자재나 마감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방법)도 하고 공식적으로 내부 공기질은 측정해 법적 기준치를 준수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임원과 직원들은 용산과 시그니처타워를 오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오는 11일 전직원이 다시 용산 신사옥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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