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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준의 스포츠탐색] 현장지도자의 구단경영자 변신, 어떻게 봐야할까
입력 2017-12-07 09:00 
프로축구의 대전시티즌이 지난 11월 1일자로 김호 전 감독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의 오랜 라이벌(?)인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4년부터 대구FC의 경영자로 활동하고 있어서 어색함은 덜하지만 아무튼 라이벌 종목인 프로야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프런트와 현장의 인적교류가 드물었던 축구계의 새로운 변화를 느끼게 한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경우에도 드문드문 그러한 인사조치가 있었다.
프로야구의 경우, 선수 출신의 구단경영진 임명(내지 승격)사례가 가장 많다. 2004년 12월에 삼성라이온즈가 김응룡 고문을 대표이사로 임명한 이래 점차 늘어나서 현재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의 단장이 선수(현장지도자) 출신이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지난 시즌 종료 후에 넥센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이 SK와이번스의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의 성적에 기대가 컸던 LG트윈스는 시즌 막판의 부진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승격시켰다. 게다가 그 후임에 재계의 라이벌로 선수 간의 트레이드도 극히 제한적이었던 삼성의 류중일 전 감독을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올 시즌의 우승팀인 KIA타이거즈도 막판에 같은 형태의 인사대열에 합류해서 12월 6일자로 조계현 수석코치를 신임단장으로 선임했다. 우승도 했고, 김기태 감독보다 다섯 살이나 연상인 점 등을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물론 선수 출신이냐 아니냐가 구단을 경영하는 수뇌진의 자격요건을 만족시키거나 결격사유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구단경영자에게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시대적인 요구를 감안할 때 과연 지금과 같은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문제는 남는다. 우리 프로스포츠 시장도 그동안의 누적된 역사를 통해서 현장(감독, 코치)과 프런트가 가져야 할 각기의 자격요건 내지 덕목에 대한 기준설정이 완성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서 이 문제를 간략하게 분석해보자.
구단의 대표이사나 단장은 구단을 경영하는 관리자이다. 선수단 현장을 책임지는 지도자와는 완전히 다른, 새롭고도 광범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구단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연히 강력한 그리고 생명력이 긴 선수단을 구성하는 일이다. 세부적으로는 스카우트(국내, 해외) – 육성 – 재활과 의료 – 전력분석 – 주전선수단 운영에 이르는 선수단 강화 및 전략운영라인을 가장 효율적으로 융복합해서 이를 잘 운영하는 현장시스템의 구성이다. 그러나 프로스포츠구단은 이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부문인 조직 및 인사관리, 재무관리, 홍보와 영업, 지역사회봉사, 시설운영, 해외교류 등의 업무에 대한 축적된 전문성과 관련된 인재와 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 등이 중요한 틀을 이루고 있다.
과연 우리의 현실에서 구단의 경영자로 막 변신한 현장지도자들이 이러한 제반 경영자로서의 자격요건을 충족하고 있을까? 당연히 부족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포츠의 압축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한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프로스포츠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린지도 37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지만 스포츠의 세계 특히 가장 기본조직인 학원스포츠의 경우에는 이제야 겨우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을 위한 기틀마련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지도자 → 경영자 직행 승격 추세는 다소 문제가 있다. 선진국과 같이 사전 조치로 최소한 부단장이나 단장 특별보좌역과 같은 직책을 맡아서 현실경영관리 분야를 일정 기간 체득할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너무 그러한 부분을 간과하는 것이 아닐까?
이와 같은 걱정요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추세가 늘어나는 것이 혹시 단장이 해야 할 역할을 직접 하시는 윗분들이 있기 때문은 아니기를 기대한다. 지금이라도 평생을 현장에서 땀을 흘리신 현장지도자 출신의 경영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내부 육성시스템(교육) 기능을 강화해서 간극을 최대한 빠르게 단축시킨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글 : 최종준 MK스포츠 전문위원 (前 프로야구 LG/SK 단장 / 前 프로축구 대구FC 사장 / 前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 前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 現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겸 2017 내셔널바둑리그 운영위원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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