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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속전속결 혹은 거북이형…분주한 구단별 외인구성
입력 2017-12-02 06:08 
(왼쪽부터 헥터-버나디나-팻딘) KIA가 올 시즌 우승의 주역 외인선수 세 명과 발 빠르게 재계약을 맺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그 어떤 작업보다 중요하며 또 신중해야하는 구단별 외인선수 구성. 본격적인 비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10개 구단들 모두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시즌 KIA 우승 중심에는 외인선수 3명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로저 버나디나, 헥터 노에시, 팻딘까지 모두 알토란 활약을 해내며 팀의 8년 만에 우승을 도왔다. 전반기 무패행진을 벌였던 헥터, 후반기 그리고 한국시리즈서 제몫을 톡톡히 해준 팻딘, 위기를 극복한 뒤 리그 최고 외인타자로 거듭난 버나디나의 완벽한 앙상블은 KIA의 약점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세 선수는 시즌 내내 특별한 문제나 잡음 없이 유쾌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팀에 잘 융합되기도 했다.
KIA의 선택은 당연히 재계약. 팬들도 기다렸고 환호했다. 한때 버다디나의 메이저리그 복귀설이 나오며 KIA와 팬들 모두를 긴장하게 했지만 결과는 재계약이었다. KIA는 지난 30일 헥터와 200만 달러, 팻딘과 92만5000달러, 버나디나와 11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세 선수 모두 인상. 다만 우승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그 폭이 지나치게 높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하며 한 번 더 놀라움을 안겼다.
이처럼 외인선수와의 재계약은 비시즌 구단들에게 최대 과제 중 하나이자 고민거리다. 이제 기본만 하자, 사고만 치지 말자 등의 기대치는 통하지 않는다. KIA의 경우와 지난 몇 년간 두산과 삼성의 경우처럼 팀 우승의 주춧돌이 될 활약을 해줘야 한다. 자연스럽게 고민도 깊어진다. 장고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KIA와 함께 넥센도 2018시즌 외인계약을 완료했다. 시즌 중 대체선수로 영입됐지만 기존 자원보다 더 안정된 활약을 선보인 우완투수 제이크 브리검과 타자 마이클 초이스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풀타임 시즌으로는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을 터.
더 앞서서는 KBO리그 경험이 있는 우완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로저스는 2015시즌 한화의 대체선수로 영입돼 짧지만 강렬한 활약을 펼쳤으나 2016시즌 중반 팔꿈치 부상으로 조기 퇴출됐다. 하지만 이후 몸상태를 회복한 뒤 KBO무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냈고 국내에서도 실력만큼은 검증된 로저스에 대한 여러 설들이 존재했는데 결국 넥센이 그 주인공이 됐다. 실력만큼이나 개성이 강한 스타일이기에 넥센과의 결합에 야구계 안팎에서는 다소 놀라운 시선을 보냈다.
롯데는 레일리(오른쪽)와 번즈를 붙잡으며 변수를 최소화했지만 아직 린드블럼과의 계약이 알 수 없는 상태다. 사진=MK스포츠 DB
SK 역시 일찌감치 에이스 메릴 켈리와 타자 제이믹 로맥을 붙잡았다. 켈리는 부동의 에이스, SK 비시즌 1차 과제였는데 무리 없이 성공했다. 로맥 역시 SK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완성했다는 평가. 좌완투수 스캇 다이아몬드는 결별했다. 올 시즌 10승을 기록했지만 SK는 더 안정적인 선수를 원했고 지난달 28일 우완 파이어볼러 앙헬 산체스를 110만 달러 거금을 투자해 영입했다. SK는 산체스에 대해 꽤 오랫동안 지켜본 선수”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FA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롯데는 외인계약도 잰걸음 중이다. 우선 발 빠르게 지난달 30일 브룩스 레일리와 앤디 번즈와 재계약을 맺었다. 시즌 중 부침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끈 주인공들. 다만 시즌 중 돌아와 마운드를 안정시킨 조시 린드블럼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롯데는 린드블럼을 우선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재계약 협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번 계약불발 사유였던 린드블럼의 딸 건강상태는 물론 여러 변수가 있어 무조건 낙관만은 이른 상황.
올 시즌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처럼 소위 빅네임 외인투수를 영입했지만 내구성 측면에서 수확이 적었던 한화는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를 소리 없이 빠르게 영입했다. 이번 시즌과는 아예 다른 외인선수 전략. 젊고 장래가 촉망한 선수들에 주목했다. 윌린 로사리오와의 결별이 확실시되는 외인타자는 아직 미정이다.
삼성은 올 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거물급 투수 팀 아델만(오른쪽)을 새로 영입하며 마운드를 강화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kt는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선두 라이언 피어밴드와 일찌감치 재계약을 맺었다. 대체외인으로 영입돼 팀 타선에 쏠쏠한 활약을 펼친 멜 로하스 주니어도 결국 붙잡는데 성공, 전력변수를 최소화했다. 나머지 한 명의 외인투수는 새로운 얼굴이 될 전망이지만 돈 로치에 대해서도 일단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키며 재계약 가능성을 염두해뒀다.
올해도 외인 투수 덕을 못 본 삼성. 그래도 다린 러프의 맹활약으로 타자 덕은 봤다. 재계약은 자연스러운 수순. 지난달 16일 150만 달러라는 거액에 러프의 잔류가 확정됐다. 이어 지난 30일에는 올 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활약한 경력의 투수 팀 아델만과 계약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외인투수 잔혹사를 끊어내겠다는 강인한 의지. 나머지 한 명의 외인투수는 물색 중이다.
NC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름값이 뛰어난 제프 맨쉽은 물론, 대표적인 KBO리그 에이스로 활약한 에릭 해커와도 재계약을 포기한 것. NC는 이닝이터를 원했고 이를 위한 의미 있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젊고 안정된 제구력을 자랑하는 로건 베렛을 80만 달러에 영입했다. 타선에서 이전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준 재비어 스크럭스와는 재계약 협상 중이다.
데이비드 허프(사진) 붙잡기가 비시즌 과제 중 하나인 LG는 일본 구단의 관심이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사진=MK스포츠 DB
두산도 나름의 선택 중이다. 지난 시즌 판타스틱4의 주역이었지만 올 시즌 부상으로 제몫을 못한 마이클 보우덴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해준 우타자 닉 에반스와도 재계약을 포기한 것은 다소 의외의 행보. 두산은 1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지미 파레디스를 영입해 그 자리를 메웠다. 두산은 파레디스에 대해 빠르고 강하면서 부드러운 스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무엇보다 외인 이상의 존재로 자리매김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이 쉽지 않은 상태다. 적지 않은 나이와 포스트시즌 부진이 겹치며 높은 폭의 연봉삭감이 불가피하다는 게 두산의 방침이다. 그러기에 보류선수 명단서도 제외했다. 일단 협상을 이어나가겠지만 만일의 경우 타 팀 이적, 재계약 불발과 다른 선수 영입 등도 가능해진 시나리오.
LG는 아직 외인계약 소식이 없다. 팀 전력에 변수가 많아지며 올 시즌 확실한 원투펀치 역할을 소화해준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와의 재계약 여부가 중요해진 가운데 전날인 1일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허프를 노린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단 LG 측은 허프 및 소사를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키며 재계약 의지를 내비쳤고 최선을 다해 협상 중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과정 중 변수도 고려해야하는 상태가 된 것은 사실. 시급한 고민인 외인타자 쪽은 3루 쪽으로 찾아보는 중이다. 류중일 감독은 마무리캠프 귀국 인터뷰서 3루 외인타자를 우선적으로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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