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내 마음의 낯섦' 외
입력 2017-12-01 16:49  | 수정 2017-12-01 16:49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아홉 번째 장편 소설 '내 마음의 낯섦'은 저자가 데뷔 후 줄곧 매달렸던 주제인 사랑을 테마로 하고 있다. 그러나 터키 혹은 이스탄불의 급격한 도시화라는 역사적 배경과 사실적인 묘사는 전작과 차이를 두고 있다.

저자는 이스탄불이 급격한 변화를 겪던 1968년부터 2012년의 44년을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착한 남자 메블루트의 사랑과 삶을 그린다. 10대의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대도시 이스탄불로 이주한 메블루트는 길거리에서 '보자'(좋은 향기가 나고 약간 알코올기가 있는 전통 음료)를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이주민들의 척박한 삶, 가족 간의 사랑과 불화, 보자로 대변되는 이스탄불의 질곡의 역사를 통해 40년 현대사를 아우른다. "나는 나 자신을 설명할 때 이스탄불을, 이스탄불을 설명할 때 나 자신을 설명한다"고 할 정도로 이스탄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저자가 사랑하는 도시에 바치는 선물 같은 책이다.

2006년 노벨 문학상 이후 모더니즘으로 진화하던 저자가 사실주의로 회귀했다는 평을 받았다.



부잣집 외아들에서 졸지에 전쟁고아가 된 주인공이 1960년대 미 8군 연예계 생활을 시작으로 기타리스트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바이올린 과외를 받고 팝송과 재즈를 즐기던 주인공은 전쟁으로 순식간에 고아가 된다. 공장에서 막일로 생계를 이어가다 우연한 기회로 용산 미 8군 기지 라이브 클럽에서 악기와 물품을 나르는 헬퍼로 취직한다. 어느 날 공연을 펑크 낸 기타리스트를 대신해 무대에 섰다가 숨겨진 끼와 배짱을 인정받아 4인조 밴드 '와일드 캐츠'의 멤버로 연예계로 들어선다.

1960년대 미 8군 연예계를 비롯한 서울 시내의 모습, 당시 가수들의 삶과 시대상을 정밀하게 그렸다. 작가는 당대의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후대에 재구성되고 희석된 모습이 아닌 그 시대로 되돌아간 듯 재현해 내고 있는 소설 속 묘사와 스토리를 통해 연예계와 서구 음악 등 초창기의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1960년대 가요계는 이전까지 주류였던 음악 장르에서 탈피, 레퍼토리가 다채로워지고 차별화한 음악성과 연주 기법, 무대 퍼포먼스가 중요시되는 시대로 전환한 시기라는 점에서 우리 대중음악사에 주는 의미도 특별하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문학평론가이자 철학자인 우치다 타츠루의 '힘빼기' 인생론이다.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무도와 철학을 위한 배움터를 열어 문무를 함께 단련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자 지금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철학자인 저자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눈을 돌려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권한다.

저자는 '지금·여기·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곳으로부터 멀어져 상공에 위치한 '새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상을 풀어놓는다. 지금의 우리는 성공 모델에 대한 환상으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며, 무조건 참으면서 사는 동안 꼰대가 될 뿐이라고 강조한다.

성장하고자 지나치게 애쓰는 나머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이기주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이 전하는 일상과 몸에 대한 성찰. 일과 가족,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안내한다.



파리 10구 오트빌가의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보모가 자신이 돌보는 아이 둘을 살해한 것이다. '달콤한 노래'는 루이즈라는, 아이를 잘 돌보는 천사 같고 살림을 잘해 요정 같다는 평가를 받던 보모가 살인을 저지른다.

도대체 왜? 소설을 다 읽어도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추론은 가능하다. 작가는 프랑스 사회의 소외된 계층, 여성들의 육아와 이로 인한 경력단절, 피상적으로만 맴도는 관계의 문제들. 그리고 소외된 자의 고독을 응시한다.

힌트는 저자에 있다. 모로코 출신 프랑스 여성작가 레일라 슬리마니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17살 무렵까지 살다 파리 정치대학에 진학하면서 프랑스에 정착한 소외된 자다.

그는 두 번째 장편으로 지난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공쿠르상 113년 역사상 12번째 여성 수상자다. 나라 밖 프랑스어 진흥을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프랑스어 진흥특사(장관급), 그리고 '젊고 유망한 작가에게 시상한다는 본래 취지로 돌아간다'는 심사평을 받은 책은 35만 부가 넘게 팔렸다.



새들과 대화하는 재능을 타고난 소년 이시도로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낭만적인 공산주의자 아빠와 맛있는 파스타를 만드는 엄마, 첫사랑인 마렐라와 함께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는 이시도로는 어느 날 대지진이 발생해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죽고 만다.

세계적 권위의 이탈리아 문학상 캄피엘로상을 받은 소설가 이안니엘로의 데뷔작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선 개입과 댓글 파동과 박근혜 정부의 특별활동비 상납 등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포함해 국정원 조직과 예산을 파헤친 책. 저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국정원 탐사 취재에 매달려온 김당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으로 국정원 직원 50명의 생생한 증언과 100여 건의 대외비 자료를 버무린 968쪽의 방대한 폭로집 '반역의 국정원'을 내놨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범죄 집단'으로 전락한 국정원에 전면적으로 메스를 들이댄 저자는 '눈먼 돈'이 된 정보예산의 문제점이 '국회 정보위원회-국회 예결특위-국정원 기획조정실'로 이어지는 예산 편성 시스템에 감찰 체제가 유명무실한 것에서 찾는다. 또 특정 지역·실장 중심, 비전문가를 중용하는 조직의 후진성이 '흑역사'의 원천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국정원에 대한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절대적인 운영권도 개혁의 대상이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 노력 이후에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혐오스러운 유명 연예인 합성사진, 블랙리스트 작성, 세월호 참사 여론조작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이 개입한 대표적 사건을 통해 저자는 "반역의 유전자가 격세 유전됐다"고 평가한다. 자극적일 수 있는 '반역'이라는 제목은 "국정원이 총구를 국민에게 겨누는 순간 그 조직은 반역집단으로 전락하고 요원들은 반역자가 된다"라면서 "불행히도 우리는 지금 그 참담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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