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송`들이 만든 드론 하늘을 날다
입력 2017-12-01 16:14 
이재욱 교수 연구실에 전시된 드론 [사진 = 노윤주인턴기자]

"문송합니다" 많은 문과 계열 전공자는 이과 관련 지식에 대한 질문에 우스갯소리로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답변을 남기곤 한다. 나날이 좁아지는 인문계 취업문에 문과라서, 이과계열 지식이 없어서 죄송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상경계열의 취업이 어려워지며 상경계라 죄송하다는 "죄상합니다"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허정화양과 그의 팀이 만든 드론 시뮬레이터 [사진 = 이재욱교수]
이 처럼 문·이과의 간극이 갈수록 넓어지는 가운데, 인문계열 학생들이 드론을 만들어 시연까지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고려대 이재욱 교수가 진행하는 융합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 지난달 29일 고려대학교 서울 하나스퀘어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경영학과, 한국사학과, 북한학과 처럼 드론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학생들이 90%로 수업에서 만나 화재 탐지 드론과 시뮬레이터를 만들었다.
화재 진압 드론에 달린 로봇팔 [사진 = 노윤주 인턴기자]
학생들은 수업에서 소방진압 드론, 탐지 드론, 드론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 자동 비행 등 드론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지난달 25일 열린 SW 교육페스티벌에 참가했다.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이들은 아직 소프트웨어와 드론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듯 했다.
드론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 것은 사실 교수도 학생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개강 초기 드론은 프로그래밍 수업의 최종 과제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학교에 드론을 만드는 수업이 있다는 소문이 났고 이들은 수업 도중 SW 교육페스티벌 참가를 제안받았다. 이들에게는 오직 3주의 준비 기간이 주어졌다. 전공자가 아닌 학생들은 어려움을 느꼈다. 학생들과 이 교수는 메신저 단톡방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밤을 새우며 새벽 1~2시에도 이 교수에게 질문을 보냈다. 이 교수도 연구실에서 밤을 새며 학생들의 열정에 기름을 부었다. 이 교수는 드론 제작과 시연에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학생들은 그에 보답하듯 최선을 다해 드론을 조립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진압드론에 장착된 전광판 [사진 = 노윤주 인턴기자]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허정화 양(22)은 "평소 틈틈이 컴퓨터 공학 수업을 들었지만 이런 과제는 처음 해봐서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려웠지만 다른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달리 바로바로 눈에 결과가 보였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속한 팀이 만든 드론시뮬레이터는 교육페스티벌 현장에서 10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다른 학생들은 화재 탐지·진압 드론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중저가 부품을 사용했지만 고가 제품 못지않은 퀄리티가 나왔다"고 자신했다.
탐지드론에 달린 카메라 [사진 = 노윤주 인턴기자]
탐지 드론이 먼저 화재 의심 지역으로 날아가 미리 딥러닝 해놓은 화재 현장 특징을 기반으로 화재 사실 여부를 판단한다. 화재가 일어났다고 판단하면 진압 드론에게 화재 규모와 몇 대가 출동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담은 GPS 신호를 보낸다. 로봇팔이 장착된 진압 드론은 화재 지역으로 출동해 손에 쥐고 있던 자동 소화 볼을 던진다. 모든 과정에 사람의 조종은 필요하지 않다. 조종을 원할땐 특별한 컨트롤 장치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로 조종할 수 있다. 이 드론은 30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더 오랜 비행을 원한다면 드론을 더 크게 만들어 대형 배터리를 장착하면 된다.
진압 드론에는 전광판이 달려있어 출동 도중 시민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린다. 일명 '빛나는 드론'이다.진압 드론에는 LED 전광판이 달려있어 출동 도중 시민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린다. 일명 '빛나는 드론'이다. 지난주 시연 현장에서는 소화 볼을 던질 수 없어 물풍선으로, 화재 현장은 폭죽으로 대신했다. 이 교수는 "시연 하루 전날까지 학생들과 드론을 만들었다"며 "물풍선은 당일 학교 앞 다이소에서 샀다"고 긴박했던 일정을 웃으며 토로했다.
그는 이어 "준비 기간이 많지 않아 학생들을 닦달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잘 따라와 주고 드론을 완성해준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대해 "인문계 학생들이 배울 기회가 없어서 못하는것이지 배우면 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몇몇 인문계 학생들이 대덕 연구단지에 인턴으로 뽑혔다"라며 "문송하다고 하는 인문계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취업문이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욱교수와 학생들 [사진 = 이재욱교수]
학생들도 "이번 기회에 하면 할 수 있구나 라는것을 배웠다"라며 "띄우는 것만 보다 만들어 보니 게임같이 즐겁고 유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노윤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