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미술가열전] 조용하게 세상을 바꾸는 이탈리아 작가 우고 론디노네
입력 2017-12-01 14:41 
우고론디노네 작품 `해가지는 동쪽의 8월` [사진제공 = 우고론디노네 스튜디오]

존재감이 없고 소심해보이는 듯한데 주변을 변화시키는 리더가 종종 있다. 바로 이탈리아 작가 우고 론디노네(53)가 대표적이다. 시인이자 전시기획자이기도 한 그는 비교적 말수가 적다. 그의 경력과 유명세에 비해 대접받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혼자 알아서 본인의 역활과 상황, 입장을 명료하게 인지하고 행동하는 작가로 기억한다.
론디노네의 작업들은 그의 몽상가적 기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늘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허구의 이미지들을 통해 실제와 환상의 경계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한 이미지들은 서커스의 삐에로, 모아이 석상을 떠올리는 가면, 조각의 하늘풍경이나 레인보우과 같은 것들이다. 그는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 남부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에서 자란 유년의 기억들, 세상의 미약하고 소외된 것들을 다루며 관심을 가져왔다. 예를 들면 작은새, 떨어진 꽃송이, 죽어가는 나무 따위의 식물, 쓰고 남은 전구, 어린 노새 등은 그닥 시선을 잡아끄는 강력한 이미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들의 크기를 어마어마하게 확장하기도 하고, 전시장내에 멀끔한 선반에 올려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도록 주목받아야 하는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서 걸려있는 그의 조각이나 드로잉들은 늘 관객에게 주목을 받더라도 별일아닌듯 무심한 심상을 풍기는 듯하다.
론디노네는 그리 특출난 달변도 아니고 나서는 스타일의 성격도 아니지만 그가 현대미술 안에서 주목받고 주요한 미술관 및 기관들에 전시를 개최하며 상업적으로도 안정된 성과를 이룬 이유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는 섬세하며, 관계지향적이고, 강력하지는 않아도 늘 호기심에 찬 눈으로 사람들을 상대하고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도 이상하게 관심을 끈다.
이는 그를 국제적인 작가로 주목받게한 몇몇 작업에서도 그 경향을 발견할수있는데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연상케하는 마스크 연작들은 '달이지는', '해가지는'이라는 두 시리즈로 구성돼있다. 찰흙으로 제작한 조소를 알루미늄으로 본떠 색을 입힌 이 기념비적인 거대 조각들은 알듯말듯한 표정을 저마다 지니고 있다. 이 작품들은 파리의 루브르미술관 광장에도 야외설치조각으로도 소개된 바 있고 런던시내에 군중들이 오며가며 경험해볼수있도록 선보여지기도 했다. 언뜻보면 귀엽기도하고 인간군상을 연결짓는 성격을 띄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섬뜩하거나 공격적인 기운도 보여지는 이 묘한 표정의 마스크작품들은 론디노네가 추구해왔던 취약할지 모르는 존재들에 대한 색다른 이면을 일깨운다.
살펴보건데 론디노네와 같이 대개 오랫동안 존중받고 본인의 커리어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주변에 그들을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오랜 유대관계의 시간을 지나온 팀들이 존재한다. 그도 그럴것이 유명세에 따른 확장된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팀의 협력없이 개인의 힘으로는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가 본인의 탁월한 창작력에 대한 찬사를 함께했던 그의 동료들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팀들에게 돌렸던 모습이 새삼스레 기억이 난다. 아마도 앞으로의 세대에는 새로운 차원의 리더쉽이 요구되지 않을까.
[전민경 더 그레잇 커미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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