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1월 30일 뉴스초점-환경미화원의 죽음
입력 2017-11-30 20:07  | 수정 2017-11-30 20:42
'내 목숨은 파리 목숨이다'

보름 전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 작업 중, 후진하던 청소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2주 뒤인 어제, 또 한 명이 사고로 죽었습니다. 이들은 왜 스스로를 파리 목숨이라고 할까요?

흔히들, 환경미화원을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합니다. '시민들이 출근하기 전에, 생활 쓰레기를 다 치워야 한다'는 지자체의 지시 때문에 밤샘 근무를 해야 하거든요. 연장근로 한도 예외 직종이어서, 1주 초과근무 12시간도 얼마든지 넘겨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파리 목숨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다쳐도, 목숨을 잃어도, 제대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용역업체 직원이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는 최저 금액으로 입찰해 용역을 주거든요. 그곳에 채용되니, 처우나 환경이 열악한 건 당연, 사고가 나도 용역업체가 책임질 일이라며 지자체는 뒤로 빠집니다. 그저 죽는 사람만 억울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일본 도쿄의 환경미화원들은 여느 직장인들과 비슷하게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퇴근합니다. 과거 우리와 같은 사고를 겪으면서 환경미화원을 지자체가 직접 채용하고, 작업환경과 처우도 개선했죠.
미국은 환경미화원부터 대통령까지, 복리후생은 다 같아야 한다는 내용이 아예 법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이 말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생명과 안전은 누구나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합니다. 최소한의 국가 역할을 수행해줘야 진짜 국가인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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