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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 찬성, 반대표는 12.9% 불과…국민연금 독립성·전문성논란 계속될듯
입력 2017-11-30 17:58 
◆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초읽기 / 의결권 행사 전수조사해보니 ◆
내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예고한 국민연금이 지난 몇 년간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의결권 행사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기업경영 개입을 담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전문성과 독립성 등에서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3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국민연금은 767차례 주주총회에 참여해 2826건의 상정안에 대해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살펴보면 찬성 2452건(86.77%), 반대 367건(12.99%), 중립 또는 기권 7건(0.25%) 등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9개 안건 가운데 1개에 대해서만 반대를 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올해만이 아니다. 지난 4년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들여다보면 2013년 89.16%, 2014년 90.77%, 2015년 89.63%, 2016년 89.43% 등으로 찬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유 또한 형식적인 게 대부분이다. 올 들어 국민연금은 이사 및 감사 선임 219건, 정관 변경 63건, 이사 및 보수 43건, 기타 42건 등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사 및 감사 선임안에 대해서는 장기 연임에 따른 독립성 약화 우려(30.6%),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으로 근무(16.0%), 참석률 75% 미달(9.6%)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주주 권익과 업무 적합성 등을 기반으로 이사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내부 실무진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를 통해 주식 의결권 행사 여부와 행사 방향을 결정해 왔다. 찬성과 반대를 정하기 곤란한 사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하지만 올 들어 전문위원회가 개최된 것은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현재 1명의 위원이 공석인 상태로 8명의 전문위원들이 논의 끝에 사안을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해 3000여 건에 달하는 주주총회 상정안 대부분이 내부 투자위원회에 의해 '깜깜이'로 결정됐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해에 몇천 건에 달하는 의결권 행사를 국민연금이 제대로 따져보려면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기금운용본부 또한 현 체제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면 기금운용공사로 분리시키는 방안 또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더불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산하에 사회책임투자전문위원회(전문위)를 설치할 계획이다. 기금위를 중심으로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며 가입자단체가 추천한 전문가 가운데서 선발한다. 다만 추천위 내부 평가만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전문성 측면에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전문위 위원들에게는 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 시 자료제출 요구권, 안건제안권, 회의소집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앞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위원 3인 이상 요구 시 위원회에 결정 요청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지침을 제안했지만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권한이 부여될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인 사항은 내년 1분기 기금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 2분기 전문위 구성이 완료되고 운영에 들어간다.
한편 국민연금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이익 증가 등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활황을 맞이했지만 올 한 해 6%대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6.68%, 수익금은 37조6073억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2%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대형주와 지수추종(패시브) 위주의 전략으로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냈지만 다른 자산군에서의 성적은 저조했다.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부문에서는 22.44%, 12.18%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국내채권과 해외채권 부문에서는 0.61%, 2.41%의 수익률을 거뒀다. 최근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른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국내 2.93%, 해외 1.06%의 성과를 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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