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돈·돈·돈…1조 공모청약에 25조 몰려
입력 2017-11-30 17:42  | 수정 2017-11-30 20:02
올해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코스닥 시장 역시 10년 만에 장중 800선을 터치하는 등 증시 활황세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공모주 청약에만 개인자금 25조원이 몰리면서 뜨거운 시장 분위기를 입증하고 있다. 상승장에서 공모가를 배 이상 뛰어넘는 새내기주들의 반짝 활약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도 많아 공모주 거품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13개 신규 상장기업 공모금액은 총 1조245억원이다. 이 중 20% 규모인 2049억원이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됐다. 이 물량을 차지하려는 개인투자자 자금 25조1233억원이 증거금으로 몰렸다.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한 대어급 공모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다른 종목에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공모주를 신청할 때 신청 금액 절반을 청약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주식을 더 배정받을 수 있다. 증권사는 청약이 되지 않고 남은 금액은 환불한다. 이 금액이 곧바로 다른 청약으로 흘러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증거금이 25조원에 달하는 지난 11월 새내기주 투자 열기는 상대적으로 공모액 규모가 컸던 지난 4월과 7월을 훌쩍 뛰어넘는다. 4월 기업 공모액 총합은 3조8288억원으로 11월의 3배에 달했지만 청약증거금은 11조982억원에 그쳤다. 11월과 공모액 총합 규모가 비슷했던 7월(1조2978억원)에도 청약증거금은 12조1972억원 수준이다. 11월에만 13조원에 가까운 새내기주 투자 자금이 더 쏟아져 나왔다는 얘기다.
스튜디오드래곤은 11월 16~17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증거금 6조7223억원을 모았다. 올해 공모주 중 넷마블게임즈(7조7650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다. 진에어는 공모청약에서 경쟁률 134.05대1을 기록하며 증거금만 5조1141억원에 달했다. 반도체 부품사 메카로도 4조3869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모았다. 건설사 대원과 육가공업체 체리부로에도 1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렸다.
최근 시장 주도주에서 소외된 업종으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성적이다. 증권사도 앞서 청약을 진행한 기업이 증거금을 환불하는 때 다른 공모주 청약 기간을 잡았다. 릴레이 달리기식 공모 흥행이 가능하도록 한 설계다.
스팩을 제외한 10개 종목 청약 경쟁률은 평균 385대1에 달했다. 정보기술(IT) 업체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과 에스트래픽은 청약 경쟁률이 1000대1을 넘어섰다. 삼양패키징과 동양피스톤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희망하는 범위에서 가장 높은 금액에 공모가를 정했다. 공모주 배정에 참가한 기관투자가 역시 신규 상장 종목 주가 상승세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메카로는 희망 범위 상단보다 10%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정해 눈길을 끌었다.
상승장에 잇달아 선전하고 있는 새내기주들의 활약도 공모주 청약 흥행의 요인이다. 11월 24일 상장한 스튜디오드래곤은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7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3만5000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11월 6일 상장한 티슈진도 상장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한 뒤 5만~6만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티슈진 역시 공모가를 두 배 이상 뛰어넘으며 한 달 사이에 코스닥 시가총액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모주의 성적 편차가 눈에 띄게 드러나면서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해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코스닥 상장기업 43곳 중 10곳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2배 이상 크게 뛰었지만, 14곳(32.6%)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올 상반기 IPO 최대어로 지난 5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넷마블게임즈 주가는 공모가(15만7000원)를 계속 밑돌다가 10월에서야 겨우 공모가를 회복했다. 11월 29일 상장한 삼양패키징도 2거래일 연속 하락해 공모가 2만6000원을 지켜내지 못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주는 현재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적정 가치에 주가가 수렴해 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나타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공모주 특성을 염두에 두고 이익과 손실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투자 의사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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