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통큰 투자에도 `현금 넉넉`…하이닉스·LG화학 눈길
입력 2017-11-30 17:41  | 수정 2017-12-01 00:04
지난달 코스피가 2% 조정을 받으면서 대형주 중 '현금부자'들이 주식시장 하락세에서 힘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도 이익이 그 이상으로 증가해 작년 말보다 현금이 증가한 SK하이닉스, LG화학에 주목하고 있다. 이 두 상장사는 현금이 1조원 넘게 있는 데다 부채비율도 100% 미만이라 '위기에 강한 종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상위 30곳(지주사·금융업종 제외)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총 68조366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66조9189억원)보다 1조4476억원 증가한 숫자다.
올 9월 말 기준으로 현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로 30조7882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말(32조1114억원)보다는 1조3232억원 감소한 수치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설비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삼성전자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작년 말보다 43조6070억원 증가했다. CAPEX는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을 뜻하며 주로 해당 회사가 장비, 토지, 건물 등을 구입하는 데 쓰인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현금과 설비투자가 가장 많은 상장사다.

설비투자 2위는 한국전력으로 올해 들어 9조5588억원이 증가했다. 대규모 투자는 지속됐는데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올해 이익이 급감하면서 같은 기간 현금은 2360억원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와 한전은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해 현금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동시에 현금도 늘어난 이례적 기업도 존재한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이 대표 사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CAPEX가 늘면 현금은 줄어드는데 최근 이익이 늘어나면 오히려 현금이 증가하기도 한다"며 "실적과 현금이 동시에 증가한다면 재무건전성이 뛰어나 주식시장 하락에도 상대적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 3위(7조2089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 증설(이천·청주)에 10조원이 넘는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에도 6조원이 투입됐는데 올해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투자 규모를 더 늘린 셈이다.
이 같은 투자에도 올 들어 9월까지 현금은 5094억원 늘어나며 현금과 현금성자산(1조1231억원)이 1조원을 넘게 됐다. 투자를 능가하는 이익 증가세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가격 급등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D램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낸드플래시에 대한 투자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처럼 저평가받을 이유는 없다"면서 "그동안 이익 기여도가 낮아 약점으로 지적받은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난다면 주가 할인 요소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도 SK하이닉스와 '닮은꼴'이다. 올해 들어 설비투자가 2조6710억원 늘어났지만 현금도 3063억원 증가했다.
LG화학은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2차전지(배터리),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일부에선 그동안 투자 대비 부진했던 배터리 사업이 '캐시카우'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사드 보복으로 활로가 막힌 중국시장보다 유럽에 투자를 늘려왔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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