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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법정` 종영①] 성범죄 문제 꼬집으며 흥행도 이뤘다
입력 2017-11-29 06:4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눈에 보이는 강력한 범죄보다는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있고, 피해자에게 오랜 상처를 주는 사건을 다룬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밝은 곳에서 성범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 제작진은 첫 방송을 앞두고 이 작품을 통해 성범죄와 관련한 사회적인 환기가 되길 바랐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소재 중 하나인 성범죄를 드라마적인 요소로 표현한 '마녀의 법정'은 제작진이 추구한 가치와 흥행을 모두 잡았다.
'마녀의 법정' 방송 초반에는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사건을 해결하는 마이듬(정려원 분) 여진욱(윤현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마이듬은 털털한 성격에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여진욱은 피해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게 우선이었다.
'강인한 남성이 여성을 지킨다'는 정통적인 드라마 화법과는 다른 주인공을 내세운 것이다. 기존 성 역할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캐릭터를 푼 덕분에 자극적일 수도 있는 성범죄 소재에 대해 남녀의 입장 차이가 갈리지 않게 했다.
'마녀의 법정'은 회차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로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렸다. 남성보다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이 피해를 보고, 여성 대학교수와 남성 대학원생처럼 성보다는 사회적인 위치에 따라 다각도로 성범죄가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짚었다.

방송 내내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지킨 힘은 마이듬이 사건 현장과 법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데 있다. 마이듬은 조갑수(전광렬)에게 성고문을 당한 어머니 곽영실(이일화)을 잃은 사연을 품고, 어떤 사건도 통쾌하게 해결했다. 피해자의 억울한 사연을 곧바로 해결하는 마이듬에게 답답한 전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방송 중반부터는 성범죄를 다루되 악인 조갑수를 정확히 겨냥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조갑수는 마이듬 어머니의 실종과 깊게 관련된 인물이었다. 마이듬은 여진욱 민자숙(김여진) 등과 과거 성고문을 하고, 정관계 인사들에게 성접대로 영파시 시장까지 된 조갑수의 민낯을 세상에 알렸다. 마지막회를 갈수록 몰아치거나 그동안 보여줬던 짜임새가 느슨해질 때도 있었지만, 성범죄에서 주인공의 사연을 풀어가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방송 막판에는 어머니에 대한 상처를 치유한 마이듬 여진욱의 로맨스도 이뤄졌다. 마이듬은 어머니를 가까스로 찾은 뒤 조갑수를 감옥에 넣는 데까지 성공했다. 여진욱은 앞서 자신의 어머니가 마이듬의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가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여진욱은 힘겨운 상황에서도 직접 법정에서 어머니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안고 있던 아픔을 털어낸 후 이성으로서 가까워졌다.
'마녀의 법정'은 단순히 성범죄를 다룬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이자 흥행작으로만 보기에는 장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특히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동시에 피해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주제를 영리하게 푸는 방법을 제시한 건 앞으로 한국 드라마가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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