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암호화폐 무차별 규제 땐 新성장동력 잃어"
입력 2017-11-28 17:51  | 수정 2017-11-28 19:41
민금위 세미나
민간금융위원회는 28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암호화폐의 진화와 해외 입법 동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줄 왼쪽부터 신관호 고려대 교수, 홍순영 한성대 교수, 남주하 서강대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 서영경 고려대 초빙교수, 최창규 명지대 교수,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뒷줄 왼쪽부터 이군희 서강대 교수, 우상현 현대카드 전무, 김주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 하태형 율촌연구소장,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이상빈 한양대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한주형 기자]
민간금융위 암호화폐 세미나
"한국만 과도하게 암호화폐를 규제할 경우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서 뒤처질 수 있다."
"암호화폐는 미래 결제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커 법·제도를 정비한 해외 선진국에 발맞춰 우리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금융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와 연구소장들의 모임인 민간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발전을 과도하게 규제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조언했다. 다만 건전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로 △금융실명제 도입 △자금세탁방지 의무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무분별한 투기에 따른 암호화폐 가치의 과도한 급등락을 막고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자본이득세 도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8일 '암호화폐의 진화와 해외 입법 동향'을 주제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민간금융위원회 세미나에서 하태형 율촌연구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미 많은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고 있고 향후 더 많은 국가에서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소장은 "현재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짐바브웨에서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팔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조의금·축의금까지 비트코인으로 주고받는다"고 소개했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는 다음달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할 정도로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민금위원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암호화폐 발전을 막으면 한국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향후 비트코인이 기축통화가 되면 먼저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고 관련 제도를 정비한 국가가 암호화폐 이용에 따른 이득을 누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가 규제 일변도로 암호화폐를 대한다면 이런 이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통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ICO(기업이 코인 발행·판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전면 금지 △암호화폐 거래소의 고객 자산을 제3 기관에 별도 예치 △신용공여 등 금지·처벌 등을 골자로 하는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익명성에 기대어 암호화폐를 각종 범죄에 활용할 우려가 나오는 만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필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민금위원들은 강조했다. 우선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금융실명제를 도입하기 위해 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기존 금융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는 실명 인증을 완료한 은행 계좌 혹은 신용카드를 통해서만 암호화폐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이 나왔다.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서도 암호화폐를 구매할 때 은행에서 구매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금융실명제와 자금세탁방지는 이미 암호화폐 시장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며 "하루빨리 의무화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2015년 6월부터 뉴욕주 금융감독국이 자금세탁방지와 사용자 보호 등을 의무화한 가상화폐거래소 영업인가제(BitLicence)를 운영하고 있다.
자본이득세를 부과해 과도한 투기세를 잡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상속세 제도를 정비해 편법 상속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독일에서는 비트코인 시세차익에 25%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에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과세형평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하고, 과도한 투기세를 막기 위해서도 자본이득세 도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금지한 ICO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 소장은 "현실적으로 자금 조달 창구가 변변치 않은 스타트업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ICO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군희 교수는 "ICO를 허용하되 유사수신이나 피라미드 사기 등에 빠지지 않도록 투자자에게 코인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제도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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