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잘 나갈 때 대비하자" 배터리업계, 소재 기술·공급처 확보 안간힘
입력 2017-11-28 14:49 

전기차 확산 조짐으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배터리 업계가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이차전지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완제품 제조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중간 소재의 상당 부분을 외부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양극재 중간소재는 국내 협력업체가 공급하고 있지만, 현재 원재료인 광물 가격이 치솟고 있어 배터리 업계 수익성을 위협하는 중이다. 음극재 소재인 인조흑연은 거의 전량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이차전지의 핵심 부품으로 서로 리튬이온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배터리가 충·방전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이차전지 음극재 소재로 쓰일 수 있는 그래핀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그래핀볼이 상용화되면 음극재 소재의 국산화가 기대된다. 현재 음극재 소재로 사용되는 인조흑연은 거의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흑연에서 벗겨낸 얇은 탄소 원자막인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4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이에 그래핀볼 기술은 음극재 소재의 국산화 뿐 아니라 이차전지의 성능도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리튬이온전지의 양극 보호막과 음극재 소재로 그래핀볼을 사용한 결과 충전 용량이 늘어나고 충전 시간이 단축됐다고 삼성전자 측은 강조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그래핀볼과 관련된 기술에 대해 미국과 한국에서 2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배터리업체들은 양극재를 만드는 소재를 광물 단계에서부터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극재를 만드는 광물인 니켈, 코발트, 망간은 ▲광물 채굴(원소재) ▲황산화(원소재 가공) ▲중간소재 제조(전구체) ▲소재 제조(활물질) 등 4개 단계를 거쳐 배터리업체에 공급된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GS이엠으로부터 양극재 전구체 생산 사업을 55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지난 8일 켐코에 1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10%를 확보했다. 켐코는 비철광물업체인 고려아연 자회사로 내년 3월부터 황산니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칠레 생산진흥청이 진행하고 있는 리튬광산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결과는 내년 1월에 나올 예정이다.
배터리 업체들이 광물 단계에까지 진출하는 이유는 최근 전기차 확산 바람을 타고 이차전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광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 있다. 27일(현지시간) 런던광물거래소에서 니켈과 코발트는 각각 t당 1만1600달러와 6만45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개월만에 가격이 니켈은 28.5%, 코발트는 14.6%씩 치솟았다. 같은 기간 리튬 가격도 kg당 124위안에서 155위안으로 25% 상승했다.
배터리업체들은 최근 중대형전지 부문의 실적이 개선되는 방향성을 확인하고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LG화학과 삼성SDI는 올해 들어 중대형전지 부문의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다. 이에 LG화학 전지부문과 삼성SDI는 올해 2분기부터 영업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선정한 포스코그룹도 이 분야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0t의 탄산리튬 공장을 준공했다. 지금은 폐이차전지 재활용업체로부터 탄산리튬의 원료인 인산리튬을 공급받고 있지만, 향후 염호를 확보해 직접 인산리튬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외 포스코켐텍은 음극재를, 포스코ESM은 양극재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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