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지하철역 `성형 광고` 퇴출…당신의 생각은?
입력 2017-11-28 14:42  | 수정 2017-11-29 15:08

서울 지하철역 내 성형 광고가 오는 2020년부터 사라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7일 성형 광고 전면 금지와 도심에 '상업 광고 없는 역' 40개 조성을 목표로 하는 '지하철 광고 혁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성형 광고는 광고대행사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며 기존 성형 광고가 있던 자리는 문화·예술·공익 광고로 대체할 예정이다. 해당 방안이 실현될 경우 5년 뒤 서울 지하철에서는 성형 광고를 일절 볼 수 없게 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성형 광고는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의 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조장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크고, 2015년부터 젠더 간 갈등 이슈가 부각되며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났다"고 성형광고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하철역 내 성형 광고는 미의 기준을 획일화하고 성 상품화를 가중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지하철 내 성형 광고에 수술 전후 사진을 게재하는 것을 2013년부터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관련 민원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지난해 1~4호선에서 제기된 광고 민원 1182건 중 91.4%에 해당하는 1180건이 성형·여성 관련 광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김재인 씨(가명·26)는 "2호선 강남역이나 3호선 신사역에 지나칠 때마다 불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며 "지하철 입구부터 대합실 안까지 늘어져 있는 성형외과 광고판이 성형 수술을 부추기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외국인 친구들이 이런 광고를 보고 정말 한국인들이 성형수술을 많이 하냐고 물어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며 "성형수술 자체는 개인의 자유지만 지하철 내 성형 광고는 단순한 광고를 넘어 암묵적 강요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류지현 씨(가명·21)도 성형 광고 금지에 동의하며 "성형 광고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정인 것 같다"며 "이 기회에 성형외과가 정한 미적 기준으로 외모를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개선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성형 광고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이들은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역사 환경 개선 작업에 반가운 기색을 내비친 반면 일각에서는 상업 광고 금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언급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하철 1~4호선에 게재된 전체 광고 가운데 성형 광고가 차지한 비중은 약 3%에 불과하지만 수익은 연간 100억 원으로 전체 광고 수익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를 합쳐 총 330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비교적 큰 수익을 내는 성형 광고를 없앨 경우 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노은지 씨(가명·23)는 "지하철 내 성형외과 광고를 평소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성형 광고를 비롯한 상업 광고가 사라지면 적자로 인한 피해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걱정스러운 심경을 표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최대한 도심 위주 역사를 고려하되 광고 수입 누수는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기존 광고의 경우 광고대행사와 협의 후 문화·예술 광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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