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 김은주 "캐릭터보다 작품에 대한 욕심 있어요"
입력 2017-11-28 12:22  | 수정 2017-11-28 17:08
아들에게 가는 길 김은주 / 사진= 영화 홍보사 날개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 김은주 "캐릭터보다 작품에 대한 욕심 있어요"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에서 청각 장애를 가진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 김은주를 지난 24일 압구정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촬영 끝나고 소리 지르면서 울었어요

100분 동안 수화와 표정 만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배우 김은주는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수화를 배우는데 매진했다고 한다. "먼저 영어 단어를 외우듯이 동영상 강의로 수화를 보름 정도 독학했어요. 대사에 없는 단어들까지 다 외울 정도였어요. 그 다음 실제 청각 장애인 선생님, 통역사 분과 함께 보름 정도 대사를 주고받는 연습을 했고요. 배운 것을 토대로 보름 정도 혼자 연습하는 시간을 가지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힘들었던 점이요? 영화에서는 편집됐는데…엄마가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남편을 마구 때리면서 우는 장면이 있어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리 내서 울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컷 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면서 막 울고 있더라고요. 그때 인물이 겪고 있는 답답한 감정이 느껴져서 매우 힘들었던 것 같아요"

# 비밀스러운 암호로 대화하는 기분이었어요

영화를 촬영하면 힘든 일도 있지만, 분명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을 터. 그는 촬영 중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보현(엄마), 성락(아빠)이 청각장애인이다 보니 수화로 대화를 하잖아요. 그런데 감독님과 제작진은 수화를 잘 모르세요. 그래서 저희가 수화를 틀리는지 촬영 내내 아무도 몰라요. (웃음) 아무도 언제 연기가 끝나는지 모르니까 저희가 가만히 있으면 감독님께서 ‘끝났냐? 틀린 거 없냐? 물어본 다음 컷을 외치시고요. 저희는 한편으로 편했지만 틀리면 자진 신고했죠. 그래서 촬영할 때 비밀스러운 암호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어요"

# 해보고 싶은 배역이요? 없는데요!

데뷔 11년 차인 배우 김은주는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있다. "꼭 하고 싶은 배역이요? 특정 캐릭터보다는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배역보다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그래서 캐릭터가 돋보이지 않더라도 작품성이 좋으면 어느 역할이든 같이 하고 싶어요" 롤모델에 대한 생각도 남달랐다. "롤모델은 음…저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굴 따라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지금 활동하시는 배우분들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 최종 목표는요…

김은주의 최종 목표 또한 유달랐다. "배우 특성상 계획이라는 것을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저는 하나의 목표를 딱 찍고 달려가는 성격이 아니라서…다만 불안하고 잘 모르는 상황 속에서 좋은 선택들을 하고 싶은 바람이에요. 이렇게 흘러가는 과정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다면 미래에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 전혀 무겁지 않아요

제17회 장애인 영화제에서 우수상과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한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그는 "사실 시사회를 하기 전 ‘사람들이 좋아할까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보신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라고 해맑게 웃으며 답변했다. 앞으로 영화관을 찾을 관객들에게는 "장애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라 다소 무겁고 어두울 거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아역배우 이로운 군의 귀여운 매력이 더해진 따뜻한 영화니까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으시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김은주는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 일정을 마친 뒤 다음 달(12月) 제주도에서 영화 <어멍>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영화 <어멍>에서 그는 남자 주인공의 초등학교 동창 ‘애란 역할을 맡았다. ‘뻔하지 않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배우 김은주의 행보가 기대된다.

[MBN뉴스센터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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